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국방장관에 텔레비전 진행자이자 작가인 피트 헤그세스(44)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올린 성명을 통해 “피트는 평생을 군대와 국가를 위한 전사(戰士)로 보냈을 뿐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에 진심인 사람”이라며 “강인하고 똑똑한 피트가 키를 잡고 있는 한 우리 군대는 다시 위대해지고, 미국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다른 외교·안보 고위직에 지명했던 인물들과 달리, TV 출연자이자 군인 출신인 헤그세스는 비(非)개입주의적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을 지지하는 인물”이라며 “놀라운 선택”이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헤그세스는 첫 임기 동안 트럼프의 헌신적인 지지로 북한 김정은과의 교류, 해외 주둔 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며 “이번 선택은 전통적인 국방 장관의 전형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헤그세스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자신이 진행자인 폭스뉴스 방송에서 “NBA 농구를 좋아하고, 서양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김정은이 하루 종일 자기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정상화를 원할 것이고, 우리가 세상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가 원하는 걸 주자”며 트럼프와 김정은의 간 만남을 옹호한 적이 있다. “김정은은 아마도 사람들을 죽이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란 헤그세스의 발언은 당시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2017년 4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폭스 앤 프렌즈의 공동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헤그세스는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1기 때는 보훈부 장관 후보로도 이름이 거론됐다. 국방 분야에서 트럼프에 자문했는데, 이라크에서 비(非)전투원 사살과 관련된 전쟁 범죄로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미군 3명을 사면하도록 트럼프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그세스는 미네소타주(州) 포레스트 레이크 출신으로, 2003년 프린스턴대를 졸업했다. 졸업 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미 육군 방위군에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관타나모 해군 기지에서 복무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경력도 있다. 해외에서 활약한 공로로 동성 훈장을 두 차례 받았다. 헤그세스는 2012년 미네소타에서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2014년부터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 방송의 진행자로도 8년째 일하고 있다.

이날 헤그세스의 지명 소식은 트럼프가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 같은 국방 분야 거물을 지명할 것이란 추측 속에서 이뤄져 의외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는 현재 예비군 소령인데, 40대 영관급 예비군 장교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바로 아래서 미군을 지휘하는 실무 총책임자가 된 것이다. 강경 보수인 해그세스가 바이든 정부 들어 확대된 군대 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프로그램 등을 때려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군대가 ‘문화 전쟁’에 빠져드는 것에 대한 보수 진영 우려가 큰데 트럼프는 선거 때 “고위직을 줄이고, 트랜스젠더·여군을 더욱 포용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한 바이든의 노력을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트럼프 2기 외교·안보 라인 진용이 헤그세스(국방)와 마이클 왈츠(국가안보보좌관), 존 랫클리프(중앙정보국 국장) 등 충성파들로 꾸려지게 됐다. 국무장관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