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3일 법무장관 후보에 맷 게이츠(42)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이자 강경파로, 지난해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축출을 주도했다. 미 의회의 ‘화염방사기’라 불릴 정도로 저돌적이고, 미성년 성매매 알선 혐의 등 각종 추문이 끊이지 않아 정계에서 축출까지 될 뻔했던 인사이기 때문에 임명까지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장관은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을 감독하는 자리로 내각 일원이지만, 엄정하고 중립적인 업무 수행이 요구되는 자리로 여겨졌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게이츠 지명 소식을 밝혔다. 그는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했음을 발표하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재능 있고 끈질긴 변호사로 법무부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개혁을 달성하는 데 집중해 의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했다. 이어 “미국에서 사법 시스템의 당파적 무기화를 종식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거의 없었다”며 “맷이 사법부의 무기화를 종식시키고, 국경을 보호하며, 범죄 조직을 해체해 법무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심하게 무너진 믿음과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게이츠는 플로리다주(州) 출신으로 1982년 태어났다. 부친인 돈 게이츠도 지역 정치인이었고, 조부(祖父)는 노스다코타에서 시장을 지냈다. 플로리다주립대, 윌리엄앤드메리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2008년 변호사가 됐다. 지난해 10월 연방 의전서열 3위인 매카시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제출해 정치권을 흔들었다. 게이츠를 포함한 공화당 내 강경파인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이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협력으로 임시 예산안이 통과되자 “공화당 소속인 하원의장이 민주당과 야합했다”며 축출을 주도한 것이다. 이는 미 역사상 처음 이뤄진 하원의장 해임안 가결이었다. 게이츠는 또 17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연방 성매매방지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받았고, 동료 의원들에 잠자리를 같이한 여성들의 사진을 자랑했다는 폭로가 나오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꾸준히 정계 퇴진 압박을 받아왔다.
게이츠는 ‘트럼프의 친위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트럼프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과거 트럼프를 노벨 평화상에 추천하자는 결의안에 서명한 적도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자 마러라고 자택에 찾아갔고, “2024년 대선 후보는 트럼프”라고 외쳤다. 2021년 1·6 의회 습격 사태 때는 “난입한 사람 중 일부는 트럼프가 아닌 안티파(극좌 무정부주의자)”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정적(政敵)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법부를 무기화했다”는 인식이 상당하다.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거나 정적 보복에 활용하기 위해 충성파인 게이츠가 적임자라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이 국가정보국(DNI) 국장, 게이츠가 법무장관에 각각 지명된 이후 “(인준 권한을 갖고 있는) 상원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수잔 콜린스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게이츠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며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지명할 권리가 있지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당 리사 머코스키 의원도 “진지한 지명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했고, 무소속 조 맨친 의원은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생각하지만 그런 자리에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전날 국방장관에 임명된 폭스뉴스 방송인 출신 피트 헤그세스에 대해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