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인 7일 백악관 비서실장에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명한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주요 인선을 속도감 있게 발표하고 있다. 15일까지 일주일 만에 지명한 주요 인사가 20여 명에 이른다. 내각의 경우 장관 16명 중 절반인 8명을 이미 채웠다. 2016년 대선 승리 후엔 같은 기간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 2명을 임명하는 데 그쳤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2016년과 비교해 정신없이 빠른(breakneck) 속도로 내각을 꾸리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11일 엘리스 스테파닉 유엔 대사, 12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 국장을 차례로 지명하며 사흘 만에 외교·안보 라인을 완성했다. 미국의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은 2016년 대선과 비교하면 사흘이 빠르다. 트럼프는 당시 선거 열흘 후인 11월 18일에야 마이클 플린 예비역 육군 중장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이밖에 법무장관은 2일,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 유엔 대사는 9일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인선은 트럼프가 연임이 불가능한 재선 대통령이라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2026년 11월 예정된 중간선거 이후엔 정국의 무게추가 차기 대선 후보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주도권을 갖고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임기 초반의 2년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1월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한 뒤 주요 인선을 하면 이 시간을 그만큼 깎아 먹게 된다.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는 지난 11일 고액 후원자 모임에서 “정부를 대변혁할 수 있는 기간은 당선인의 임기 4년이 아니라 중간선거까지의 2년”이라며 취임 당일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폐기한 행정명령을 복원하는 등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주요 인사들의 상원 인준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려는 의도도 감지되고 있다. 이미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등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논란이 있는 인사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