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보훈부 장관에 더그 콜린스 전 하원의원을, 내무부 장관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이 점쳐지던 로버트 F 케네디 변호사도 인선이 확정됐다. 콜린스와 버검은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측근이고, 정치 명문 케네디 집안 출신의 케네디 주니어는 백신이 인체에 유해하다며 각종 음모론을 제기해왔다. 대선 승리 다음 날 행정 경험이 전무한 심복 수지 와일스의 백악관 비서실장 발탁을 시작으로 트럼프 2기 내각 인선은 시종일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2기 인선의 특징은 40대 젊은 인사들이 대거 중용됐으며, 무조건 복종하는 ‘충성파’ 일색인 데다, 해당 분야 경험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출발하는 트럼프 2기는 8년 전 1기를 능가하는 예측 불허의 행정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예고편이 ‘정부효율부’를 신설하고 억만장자 기업인 일론 머스크를 수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지난 11일 유엔 주재 이란 대사와 만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 칸막이를 통째로 허물고 믿는 측근에게 큰일을 맡기겠다는 트럼프식 정부 운용의 단면을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까지 인선이 확정된 부통령과 연방정부 장관 및 국가안보국장 등 9명의 평균 나이를 4년 전 트럼프 1기 인선 때와 비교한 결과 2기 평균은 52세로 1기 평균인 63세보다 열한 살이 어렸다. 나이보다 두드러지는 게 경력 차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영관급 장교(예비군 소령) 출신으로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지만 군 조직을 이끈 경험은 전무하다. 나이도 트럼프 1기 첫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해병대 장성 출신)가 지명됐을 때보다 스물두 살 어리다. 국가안보국장 지명자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도 관련 분야 경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상원의원과 외교관 경력을 가진 1기 첫 국가안보국장 댄 코츠가 일흔셋에 지명된 것과 대비된다.
미 언론들은 “1기를 거치면서 트럼프는 참모들이 사사건건 자신의 계획을 막는다고 생각했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속도감 있기 이행하기 위해 ‘외부자’들을 잇달아 기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매티스와 코츠는 북한과 러시아 등 적성국 대응 방안을 두고 트럼프와 갈등하다 쫓겨났다. 이렇게 조직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부임된 젊은 장관들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트럼프의 지시 사항 이행에 무조건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헤그세스는 국방장관 취임 뒤 군 내부를 ‘친트럼프’ 일색으로 채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과거 트럼프를 비판했던 고위 지휘관을 대거 해고하기 위해 명단 작성에 착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개버드에게는 권위주의 진영의 지도자들과 톱다운식으로 대화하며 눈앞의 전쟁을 매듭짓는 트럼프식 대외 구상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임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결과 조작 시도 등 네 건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에서 선거에서 이긴 트럼프는 사정 라인에도 잇따라 측근을 기용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로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 논란도 있는 맷 게이츠 하원의원을 법무장관에 앉힌 데 이어 개인 변호사 토드 블랑시를 법무차관에 내정했다. 이 같은 인선을 통해 검찰 수사로 곤란에 빠졌던 트럼프가 초반부터 사정 라인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초대 법무장관이었던 제프 세션스는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정권의 유착 의혹 수사를 중단시키라는 트럼프의 압력에 저항하다 쫓겨났다. 로이터는 트럼프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게이츠는 트럼프가 말한 대로 할 것이고, 그런 이유로 그가 발탁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2기 인사 발탁 과정에서 의회나 주 정부의 사정에 개의치 않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직 하원의원 여러 명이 백악관 참모나 내각 각료로 발탁되면서 보궐선거가 불가피하게 돼 공화당 일각에서는 “어렵게 확보한 다수당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미국 중부의 공화당 텃밭인 노스다코타주와 사우스다코타주는 현직 주지사가 내무부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동반 입각하는 드문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