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동아시아정책연구센터 앤드루 여 한국석좌는 대선 당일인 5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고 싶어한다”며 한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내는 등 파병 효과가 나타난다면 한국으로선 가만히 있기 힘들어지는데, 이렇게 될 경우 (지원을 중단하려는) 미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한미간 입장차가 어떻게 커지게 될까.
“북한이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핵잠수함 기술, 신형 전투기, 대공 미사일 체계 등을 지원받으려 하는 상황에서 자국의 우크라이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미국과 북·러 군사 밀착을 저지해야 하는 한국 정부 사이에 입장 차가 커질 수 있다. 한국으로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금전·기술 지원을 받게 된다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지원을 중단한다고 공언할 경우 윤석열 정부로선 무기 지원 등 대응책을 꺼내기가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한미 간) 매우 정밀한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동맹국이라도 제대로 된 비용을 부담하라는 트럼프의 압박은 2기에 더 거세질 것으로 보나.
“(2기 들어) 한·미 관계는 더욱 굴곡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이 동맹에 대한 비용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해온만큼 한국에 더 많은 지원과 더 많은 돈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분명히 한국과의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15일 유세에서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 100억달러(약 13조65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미국의 방위비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한·미 동맹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트럼프와 의회의 많은 공화당 지도자들은 장기적인 미·중 경쟁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유지하기를 원할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처음 등장했다. 한국, 대만, 일본을 관통하는 안보·동맹 관계와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지 않고서는 다시 한 번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거나(Make America Great Again),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적이고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유지할 수 없다. 공화당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트럼프 2기 정책 제언집이자 트럼프 정권 인수팀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자료인 ‘프로젝트 2025′에서도 한국과 일본을 ‘핵심 동맹국’으로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걱정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유지될까.
“트럼프가 대선 기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바이든 정부 임기에서 발효된 산업 지원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법안은 연방의회가 제정해온 만큼 폐기가 쉽지 않다. 이들 법안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미 전역에 투자됐고 그 혜택은 남부 공화당 주에 상당수 집중돼 있다. 이를 공화당이 스스로 폐기하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인센티브를 줄이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때처럼 미국에서 투자할 요인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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