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을 사거리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우리 아버지가 평화를 정착시키고 인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군산(軍産)복합체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도록 확실히 하려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에 대통령에 취임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대폭 줄이고, “24시간 내에” 종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17일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되는 등의 전황 변화를 고려해, 우크라이나군의 미제(美製) 에이태큼스(ATACMSㆍ미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의 사거리 제한을 풀었다고 보도했다.

에이태큼스는 최대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전술미사일로, 미국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하이마스(HIMARS) 다연장로켓 발사시스템, 영국과 독일이 제공한 M270 다연장로켓 발사기를 통해 발사가 가능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3일 남아공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에이태큼스에 대한 사거리 제한 해제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 주니어는 17일 소셜미디어 X에 “(미국이 지원하는) 수조 달러를 묶어야 한다. 이런 얼간이들!!!”이라고 썼다.

IT 벤처 자본가로 트럼프 진영의 거액 기부자인 데이비드 색스도 X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하라는 분명한 위임을 받았는데, 바이든은 임기 두 달을 남겨 놓고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전쟁을 대폭 확전하고 있다. 바이든 목표는 트럼프에게 가능한 한 최악의 상황을 넘겨주려는 것인가”라고 썼다.

우크라이나군은 수일 내에 에이태큼스로 현재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주에 위치한 러시아군과 북한군 집결지와 주요 군 시설, 보급기지, 탄약고, 러시아군 후방의 보급 라인을 강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러시아군과 북한군 5만 명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 주를 탈환하려고 하고 있다. 서방의 군사소식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에이태큼스로 북한군 집결지를 타격함으로써, 북한 김정은에게 더 이상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본다.

백악관 측은 바이든이 에이태큼스에 대한 사거리 제한을 풀었다는 미 언론의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집요하게 미국과 프랑스ㆍ영국이 제공하는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사거리 제한 해제를 요청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 언론의 보도가 나온 뒤 이를 확인해주지 않은 채 “우리는 말로 타격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발표되지 않는다. 미사일이 스스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개월 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을 동원해야만, 러시아가 후방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력망을 파괴하는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나토(NATO) 사무국의 고위 관리였던 니콜러스 윌리엄스는 영국 스카이뉴스에 사거리 제한 해제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너무 늦었다고 말할지 몰라도, 이 전쟁의 끝내기 게임 국면에 영향을 주기엔 늦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영토 면에서) 러시아가 원하는 상당한 양보를 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에이태큼스의 거리 제한을 해제함에 따라, 영국과 프랑스도 양국이 공동 개발한 공대지(空對地)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사거리 250㎞의 스톰 섀도우(Storm Shadow)/SCALP에 대한 거리 제한을 곧 해제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그동안 확전을 우려한 바이든 행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이 미사일의 거리 제한을 풀지 못했다. 미 국방부는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제공할 만큼 에이태큼스 비축분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입장이었다.

또 미국과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허용해도, 러시아군으로서는 이 미사일의 공격권 밖으로 주요 보급기지를 옮길 수 있어 전황의 방향을 바꿀 만큼의 효과는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종전’ 의지가 강력함에 따라, 현재 NATO의 유럽 우방국들도 점차 우크라이나에 대한 ‘끝없는’ 지원 의지도 점차 무뎌지고 있다.

지난 주에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서방 국가 정상으로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는 푸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고립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푸틴과 숄츠의 통화를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