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지명자.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백악관 공보국장에 스티븐 청(42) 대선 캠프 수석대변인을 기용한다고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인 청은 2016년과 2020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고, 트럼프 정부 1기 때 백악관 전략대응국장을 맡았다. 미국 기반의 격투기 단체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홍보를 담당한 경력도 있는데 하루 20시간씩 일하는 성실함과 거친 언사도 마다하지 않는 파이팅으로 트럼프의 신임을 얻어 차기 정부의 대(對)언론 소통을 총괄하게 됐다. 거구에 압도적인 비주얼로 ‘트럼프 월드’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청은 1982년 캘리포니아주(州) 새크라멘토 출신으로 중국계 유학생이었던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취미는 복싱과 무에타이라고 한다. 대학 재학 중인 2003년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선거 캠페인에서 자원봉사를 한 것이 정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캠프에서 일했는데 이때 ‘판다(panda)’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청은 최근까지도 X(옛 트위터)에서 ‘캘리포니아 판다’라는 아이디(ID)를 사용했다. 이후 UFC에서 스포츠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는데, UFC 최고경영자인 데이나 화이트는 트럼프와 20년 지기로 막역한 사이다. 트럼프는 16일에도 화이트와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린 UFC 경기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왼쪽이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다. /AP 연합뉴스

청은 2016년 후보 지명을 확정하고 급하게 인력을 충원하던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공격을 퍼부을 ‘워룸(상황실)’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청은 첫날부터 전투 본능을 발휘했다. 인터넷 매체인 노투스(NOTUS)는 “청이 뉴욕 트럼프타워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며 “하루 20시간씩 일하며 15~20분 동안 책상에서 의도적으로, 때론 실수로 잠을 자곤했다. 동료들은 그 짧은 휴식을 ‘판다 낮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캠페인 매니저였던 켈리앤 콘웨이(이후 백악관 수석 전략가 역임)가 청에 대해 “우리의 MVP이자 이름 없는 영웅”이라 부를 정도로 평판이 좋았고, 이를 바탕으로 백악관 전략대응국장으로 신속 대응을 총괄했다. 숀 스파이서 전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에 “청은 분명히 이너 서클에 속하고, 그럴 자격이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청이 트럼프 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CNN과 MSNBC 등 트럼프에 비판적인 진보 성향 언론사의 기사를 수정하는 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기자나 편집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목이나 문구를 트럼프에 조금이라도 더 우호적인 방향으로 수정해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했다. 거친 언사에도 불구하고 청에 대한 언론의 평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트럼프가 ‘가짜뉴스’라 공개 폄하하는 매체 언론인들도 청에 대해서는 “유능하고 정통하다” “도움이 될 수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사람” “불만이 있으면 소리 지르지 않고 기자들을 얼어붙게 만든다” “이메일을 보내면 짭짤한 답변을 아주 빨리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2022년 트럼프의 재선 캠프가 꾸려지자 캠페인을 총괄한 수지 와일스는 청을 다시 고용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청의 활약이 돋보였는데 당시 무섭게 치고 올라오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부으며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을 열광시켰다. “론이 대선 후보라기보다는 3류 온리팬스(성인용 플랫폼) 워너비 모델처럼 행동하고 있다” “자기야, 누가 널 해쳤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트럼프에 대한 ‘내부 고발’로 이름을 얻은 캐시디 허친슨에 대해선 “거짓말쟁이이자 사기꾼”이라 했고, 폭로 회고록을 쓴 스테파니 그리셤에 대해서는 “언론 창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청은 지난 한 해 트럼프의 모든 법정 출두에 함께했는데 트럼프가 농담 삼아 “나의 스모 선수” “저 손의 크기 좀 보라”고 말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졌다고 한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지명자가 지난 9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대선 캠프 수석 대변인 자격으로 현장 상황을 챙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