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로는 사상 첫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 사라 맥브라이드. /AP 연합뉴스

이달 5일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가져간 가운데, 내년 1월 3일 개원을 앞두고 의회 의사당 내 화장실 사용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 간 전운(戰運)이 고조되고 있다. 델라웨어주(州)에서 민주당 후보인 사라 맥브라이드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로는 처음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는데, 공화당 여성 의원들이 벌써부터 “트랜스젠더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실력 행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19일 “낸시 메이스 공화당 의원이 트랜스젠더 여성의 의사당 내 여자 화장실과 라커룸 사용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최초의 트랜스젠더 의원이 되는 맥브라이드를 겨냥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메이스는 언론에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사람이 여성 공간에 있는 걸 보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맥브라이드가 체육관에 가고 싶다면 ‘플래닛 휘트니스’(미국의 사설 피트니스 센터 체인)에 가면 된다”고 했다.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는 공화당 내 강경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 역시 “여자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트랜스젠더와 물리적으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베카 발린트 하원의원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우리 모두가 더 잔인해질 것”이라며 “반발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18일 의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은 의사당 내 여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하원 규칙에 이를 반영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논란이 확산하자 19일에는 “남자는 남자고 여자는 여자이며 남자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모든 새 의원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어리석은 논쟁을 벌이지 않고 모든 사람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성소수자(LGBTQ)의 권리를 둘러싼 문제는 미국의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첨예한 문제가 됐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도 진보 정체성을 강조하는 좌파 어젠다란 인식이 퍼지며 공화당세가 강한 지역에선 트랜스젠더를 규제하는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기간 트랜스젠더 여성의 남성부 운동경기 참여 금지 등을 공약해 지지층을 결집했다.

맥브라이드는 성명에서 “극우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국민의 주의를 돌리려는 노골적인 시도”라며 “우리는 문화 전쟁이 아니라 주택·의료·보육 비용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델라웨어 주민들이 ‘아메리칸드림’을 더 저렴하고 접근 가능하게 만들라고 나를 이곳(의회)에 보냈다”며 “나는 그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화장실 출입 금지’를 주도하고 있는 메이스는 맥브라이드와 대화할 계획이 있냐는 언론 질문에 “그는 발언권이 없다”고 했다. 34세인 맥브라이드는 2012년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혔고, 2015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인 보 바이든 델라웨어 주 법무장관의 캠페인을 도우며 정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