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은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G7(7개국)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고, 한국이 가입하면 G7의 비전과 철학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G7 가입을 지지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 기치를 내건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맞게 G7의 고정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는 ‘G7 플러스 외교’를 추진해 왔다. 내년 6월 의장국 캐나다 앨버타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8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장관은 “한국의 G7 가입에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민주주의, 자유 시장, 인권, 법치 등 규칙 기반 질서가 큰 도전을 받고 있는 시기에 한국이 여러 측면에서 이런 질서가 유지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7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500배 이상 성장하고, 반도체 첨단 기술 경쟁력도 갖춘 한국은 국제 번영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의 공통 위협 요인인 북한 문제도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은 “회원국 확대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며 “캐나다에서 있을 정상회담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2027년 G7 의장국을 수임할 예정인데, 박 전 장관은 “그전에라도 가입이 이뤄질 수 있게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의 G7 가입을 놓고 양국 간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한국은 G7이 문호를 넓힐 경우 호주와 더불어 추가 합류가 가장 유력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아직 여기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거부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의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얘기하는 트럼프가 글로벌 리더십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며 “너무 서두르기보다 트럼프 2기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이 호주 등 다른 국가들과 더불어 미국에 어떤 전략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한국이 추가되면 G7이 어떻게 강력해질 수 있는지, 이렇게 확대된 다자(多者) 체제가 미국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설득력 있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일성으로 “우리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명실공히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그에 걸맞은 역할과 기여를 요구받고 있다”며 재임 기간 G7 플러스 후보국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