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MSNBC 방송의 간판 모닝 뉴스쇼의 공동 진행자 조 스카버러(왼쪽)과 미카 브레진스키. /AP 연합뉴스

미 MSNBC방송 아침 뉴스 프로그램 ‘모닝 조(Morning Joe)’의 공동 진행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가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친(親)민주당 성향의 모닝 조 진행자들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압승한 것을 계기로 “트럼프에 관한 뉴스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가 지지율이 급감하고 있다.

모닝 조의 공동 진행자 조 스카버러와 미카 브레진스키는 지난 18일 방송에서 “7년만에 처음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며 “트럼프의 승리 이후 우리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할때가 됐다”고 밝혔다. 브레진스키는 “8000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들에게 (트럼프의) 선거 결과 거부, 각종 형사 재판, 1·6 의사당 난입 사건 등은 투표를 통해 트럼프를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했던 (경제 등) 문제만큼 중요하지 않았다”며 “조와 나는 이제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시작은 트럼프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와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는 회사 고위층의 지시를 받지 않고 자신들이 판단해 트럼프 측에 연락했고 결국 얼마전 트럼프가 거주하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만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트럼프와 낙태와 불법 입국자 추방, 정치적 반대자 및 언론 매체에 대한 정치적 보복 위협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스카버러는 “오해하지 말라.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를 옹호하기 위해 마러라고를 찾은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보도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라고 했다. 브레진스키는 “왜 트럼프와 대화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왜 안 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고정 시청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닐슨 미디어 집계에 따르면 이들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공개했던 월요일 방송에서 총 시청자수는 83만9000명(오전6시~7시)에서 시작해 69만4000명까지 떨어졌다.

제프 자비스 전 뉴욕시립대 저널리즘 교수는 “(트럼프 취임 전) 미리 복종하는 역겨운 쇼”라고 했고, 우파 성향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벅 섹스턴은 “트럼프 승리가 너무 완벽하자 ‘모닝 조’는 완전히 항복했다”고 했다. 베테랑 케이블 뉴스 진행자인 그레타 반 서스테런은 “이들이 트럼프에게 굽신거리고 있다”고 했다. 유명 코미디언인 로지 오도널은 “역겹다”고도 했다.

CNN은 두 진행자가 정치적 보복을 우려해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실제 트럼프의 측근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고문은 편파적인 방송을 해 온 MSNBC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이 방송사가 보도와 관련된 문서를 파기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