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사진) 미국 부통령이 지난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에 워싱턴 DC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본부에서 열린 폰뱅크 행사에 들러 인사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같은 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만델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AFP·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감정 온도’(호감도)가 지난 어떤 대선 때보다도 높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는 지난 2016·2020년 선거와 비교할 때 부정적 평가는 줄어든 동시에 호감도는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나 이민, 외교 정책에서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유권자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대선(11월 5일) 일주일 뒤인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성인 9609명을 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감정 온도는 평균 45도로 트럼프가 정계에 입문했을 때 당시인 2016년때 조사(32도) 보다 13도 증가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했던 2020년 대선 직후 조사(38도)와 비교해도 7도 증가했다.

감정 온도(feeling thermometer)란 특정 인물에 대한 감정을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0도, 가장 긍정적인 감정을 100도로 설정한 뒤 응답자의 대답을 평균화한 수치다.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를 긍정·부정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구체적인 느낌으로 수치화하기 위해 쓰인다. 1960년대 미국에서 각종 정치·사회 연구에 본격적으로 쓰이면서 인물이나 국가, 단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미지를 조사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반면 이번 조사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감정 온도는 37도로 바이든이 취임했던 2021년 초 조사(50도)와 비교해 13도 떨어졌다. 바이든의 감정 온도는 2021년 6월 조사에서 48도, 2022년 10월 조사에서 38도 등 시간이 갈수록 떨어졌다.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 상황 악화와 불법 입국자 급증 등 국경 논란 등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신뢰 하락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감정 온도는 40도로 그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던 2020년(41도)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그 만큼 해리스가 이번 선거 기간 유권자들에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가 경제 정책을 잘 해나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9%에 달했다. 이와 함께 사법 정책(54%), 이민 정책(53%), 외교 정책(53%) 등에 대해서도 과반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번 선거 기간 트럼프의 태도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가 증가했다. 2020년 대선때 트럼프의 태도를 긍정 평가한 비율은 28%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53%로 증가했다. 이번에 맞붙었던 해리스 태도를 긍정 평가한 비율은 56%로 트럼프와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4년 전에 비해 절제된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대선 직후 정권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0%에 달했다. 지난 대선 직후 조사 당시엔 이 같은 응답이 26%에 불과했었다. 퓨리서치센터는 “(트럼프가 압승하면서) 공화당, 민주당 모두 정권 교체 과정에 대해 안심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