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행정부와 백악관 주요 직위에 지명한 인사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재무장관에 스콧 베센트(62)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노동부 장관에 로리 차베스-드레머(56) 공화당 하원 의원,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스콧 터너(52) 전 백악관 기회 및 활성화 위원회(WHORC) 위원장을 각각 지명했다. 이어 23일엔 브룩 롤린스(52) 미국 우선주의 정책 연구소(AFPI) 대표를 농림장관에 지명했다. 지난 6일 대선 승리를 확정한 뒤 3주도 되지 않는 시간에 장관 15명을 포함한 행정부와 백악관 주요 인선을 마무리한 것이다. 집권 1기 때 이른바 ‘어른의 축’이라 불리며 트럼프의 즉흥적 스타일을 보완한 원로·중진은 사라지고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추종하는 충성파 위주로 꾸려졌다.

트럼프는 베센트에 대해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경제학 전략가 중 한 명으로 존경받고 있다”며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통화로 유지하면서 불공정한 무역 불균형을 막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지배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려는 나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베센트는 전설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의 소로스 펀드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다 2015년 자신의 헤지 펀드를 차렸다. 트럼프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고, 선거 자금 모금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6일 베센트 지명에 반대했지만 트럼프는 베센트를 낙점했다. USA투데이는 “베센트가 동성애자로 뉴욕 검사 출신인 남편과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며 “상원에서 인준이 이뤄지면 공화당 내각의 첫 성소수자 각료가 된다”고 했다.

베센트는 조 바이든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판해 왔다. 특히 IRA의 일환으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도 받을 예정인 반도체 생산 보조금에 대해선 ‘파멸을 부를 것’ ‘자원 배분의 왜곡’이라며 강한 목소리로 반대해 왔다. 이런 이유로 베센트의 재무장관 지명으로 IRA의 축소나 개편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지명된 스콧 터너는 프로미식축구(NFL) 선수 출신이다. 텍사스주 하원 의원을 지냈고, 트럼프 1기 때 낙후 지역에 대한 민간 투자를 주도한 백악관 기회 및 활성화 위원회를 이끌었다. 15개 부처 장관 지명자 중 유일한 흑인이다. 트럼프는 백인 위주로 내각을 꾸려 “대선 승리를 위해 유색인종에게 구애하더니 선거가 끝난 후 모른 척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동부 장관에 지명된 라틴계 여성 드레머는 공화당엔 드문 친(親)노동 인사다. 농림 장관에 지명된 롤린스는 워싱턴의 대표적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AFPI를 만든 인물이다.

한편 트럼프는 22일 국가안보부보좌관에 앨릭스 웡(44)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부대표를 임명했다. 트럼프 1기 때 미·북 대화 실무를 담당한 웡이 발탁되자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보였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인선의 특징은 ‘충성파’란 한 단어로 요약된다. 보편적 관세, 불법 이민자 추방 같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측근들을 전면 배치했다. 1기 때 해병대 4성 장군 출신 백전노장 제임스 매티스를 국방 장관에 발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예비역 소령 출신 피트 헤그세스(44)를 지명한 것이 상징적이다. 트럼프는 역대 최고령(79세)으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지만, 헤그세스를 비롯해 엘리스 스터파닉(40) 유엔 주재 대사, 털시 개버드(43) 국가정보국장, 캐럴라인 레빗(27) 백악관 대변인 등 내각과 행정부 곳곳에 40대 이하 ‘젊은 피’를 대거 배치했다.

트럼프 자택 마러라고에 정권 인수팀이 꾸려지자 플로리다 출신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국무 장관에 플로리다가 지역구인 마코 루비오(53) 상원의원, 법무 장관에는 팸 본디(59) 전 플로리다주 법무 장관이 지명됐다. 수지 와일스(67)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클 왈츠(50) 국가안보보좌관도 플로리다가 고향이다. 국방 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교통 장관 지명자 숀 더피(53) 전 하원 의원 등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 방송 진행자들의 입각도 특징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