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가 26일 영상에 출연해 트럼프 2기 정부에 종사할 이들을 상대로 지역을 홍보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공화당 소속인 글렌 영킨(58) 버지니아 주지사가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신임 공무원들을 겨냥해 자신이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영킨은 26일 X(옛 트위터)에 올린 30초짜리 영상에 직접 출연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돌아오는 구성원들이 버지니아에 정착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며 “살고, 일하고, 가족을 키우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다. 버지니아는 메릴랜드와 더불어 워싱턴DC의 백악관, 연방 정부, 싱크탱크 등으로 출·퇴근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는 주(州)다.

영킨은 이날 “우리는 훌륭한 삶의 질을 제공한다”며 버지니아가 갖고 있는 장점을 상술했다. 이 지역의 소득세가 워싱턴DC·메릴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수상 경력에 빛나는 학교들도 많다”며 부모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2023년 기준 인구가 약 870만명인 버지니아는 2008년 이래 줄곧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민주당 우세 지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 출신인 영킨은 2021년 주지사 선거에서 학부모 표심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막판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악시오스는 27일 “공화당 주지사는 버지니아의 푸른색(민주당을 상징하는 색) 교외 지역이 매가 월드를 맞이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미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은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델 레이 지역에 160만 달러(약 22억원)짜리 주택을 갖고 있는데, 상원의원 재직 시절 여기서 의회로 출·퇴근을 했다. ‘리버럴 소굴’이라 불릴 정도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동네지만, 밴스는 이웃들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화당 거물이나 보수 진영의 큰 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맥린, 그레이트 폴스 같은 부유한 동네의 저택에 살며 매일 워싱턴을 오간다. 또 트럼프가 소유한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도 버지니아에 있는데, 취임하면 1기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와 측근들이 종종 이곳을 찾아 골프를 즐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소셜미디어에는 “골프클럽에서 트럼프를 봤다”는 목격담이 트럼프 사진과 함께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대선 직전인 지난 2일 버지니아주 세일럼에서 열린 유세에서 글렌 영킨 주지사의 발언을 듣고 박수를 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매가를 향한 영킨 주지사의 구애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46.3%의 득표율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2.1%)을 상대로 선전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선거 막판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트럼프가 공을 들였던 곳이다. 민주당 지지세가 예전만 하지 못한데 2년 뒤 있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우세로 뒤집어지면 차기, 차차기를 노리는 영킨의 정치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된다. 아마존 제2본사가 규모를 확장하고 있고, 국방 분야 기업들의 입주도 봇물을 이루고 있어 호재는 많은 편이다. 별다른 정치 경력 없이 금융권 CEO에서 정계에 직행한 영킨은 3년 전 주지사 선거에서 12년 만에 버지니아를 탈환하는 이변을 일으켰는데, 이런 ‘아웃사이더’ 배경 때문에 트럼프와 닮은 꼴이란 평가를 많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