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를 수사했던 잭 스미스 특별검사. /로이터 연합뉴스

잭 스미스 미국 연방 특별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기소됐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유출 사건에 대한 공소를 취하해 달라면서, 법원에 요청서 두 개를 지난 25일 제출했다. 미 법무부는 1973년 리처드 닉슨,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거치며 현직 대통령은 기소하지 않는다는 오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증거와 증인을 다수 확보한 특검이 기소를 취하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총 21쪽 분량인 요청서와 인용된 판례의 판결문을 분석해 미 특검의 논리를 짚어봤다.

◇1. ‘법치주의’와 ‘대통령 국정 보장’이 충돌했다

스미스 특검은 요청서에서 “피고인에 대한 소추의 타당성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상황(트럼프 재선)이 변했다”는 논리를 폈다. 트럼프 취임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보장과 법치주의라는 두 가지 중대한 국가 원칙의 충돌을 야기한다면서 각각의 원칙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첫째 판례는 한 군수 산업 분석가가 정부의 예산 낭비를 폭로한 뒤 정치적 보복으로 해고됐다며 닉슨을 상대로 1969년 제기한 소송이다. 닉슨이 그만둔 지 8년이 지난 1982년에서야 나온 대법원 판결은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 중요한 정책 결정을 수행해야 하므로 직무 관련 소송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판례는 1882년 한 농장주 가족이 남북전쟁 중 정부에 의해 불법적으로 가족 소유 농장을 몰수당했다며 국가에 반환을 요구한 소송이다. 대법원은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반환 결정을 내렸다.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법의 지배를 받는다는 원칙을 확인한 판례다.

◇2. 기소된 상태로 대통령 직무 수행은 어렵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사례는 없었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 현직 대통령 신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특검은 기소된 상태로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 트럼프 사건에 대해 법무부 법률고문관실(OLC)과 논의했다면서 닉슨과 클린턴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했다.

1973년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정적 도청 시도)’ 당시 닉슨의 기소 여부를 두고 법무부는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는 권력 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직무 수행에 중대한 방해가 되며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결론 냈다.

2000년 성 추문과 관련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했던 내용도 요청서에 담겼다. ①대통령이 물리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금의 부담 ②낙인·비난으로 인한 대통령 리더십 손상 ③소송 준비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부담 등을 이유로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대통령의 역할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결론 냈다.

◇3. 특검의 ‘뒤끝’도 요청서엔 적혔다

스미스 특검은 “피고인(트럼프)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기소가 이루어진 이상,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금지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며 “정부는 피고인이 취임하기 전 이 사건을 기각해야 한다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 “범죄의 심각성이나 증거의 탄탄함, 소송의 타당성이 달라지지 않으며 정부는 여전히 (기소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공소는 취하하지만 범죄 혐의는 여전히 타당하다는 취지다.

◇4. 특검은 재기소 여지도 남겨두었다

스미스 특검은 대법원의 2011년 다른 판례도 인용했다. 검찰이 한 형사 피고인에 대해 법원에 기소 취하 요청서를 제출했는데, 법원은 “기소가 취하되더라도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소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으므로, 후일 같은 혐의로 피고인을 다시 기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스미스 특검은 “1973년과 2000년 법무부는 대통령이 법 위에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고, 2000년 법무부는 ‘대통령의 면책은 임시적이며 임기 동안에만 적용된다’는 점도 명시했다”며 “이는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소추를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5. 대통령 면책특권은 더 강해지고 있다

스미스 특검이 ‘희망의 여지’를 남긴 것처럼 2029년 1월 트럼프가 2기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뒤 검찰이 다시 트럼프를 기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미 대법원은 ‘대선 불복 사건’ 등에 대해 “대통령은 임기 중 직무에 관 헌법적 권한 수행에 대해 절대적 면책권을 갖고 있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직무’에 대한 정의가 다소 모호하지만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사실상 퇴임 이후로까지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향후 미국 정치는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한 7월 대법원 판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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