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5일 치러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6일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13분 짜리 영상에서 지지자들과 선거 기간 자신을 위해 일한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사의를 표했다. 해리스가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6일 자신의 모교(母校)인 하워드대에서 패배 승복 연설을 한 지 3주 만이다. 그런데 부쩍 수척해진 모습에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이상하다” “이게 옳은 선택이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영상에서 “이번 선거의 결과는 분명히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나는 우리가 치른 선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여러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107일 동안 우리가 해낸 일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해리스는 대선 완주를 고집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리스크’로 낙마하면서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민주당의 소방수로 긴급 투입됐다. 사상 첫 흑인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7개 경합주를 모두 내줬고 전체 투표 수에서도 트럼프에 뒤졌다. 지난 19일부터 배우자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와 함께 하와이의 고급 리조트로 1주일 동안 휴가를 갔는데, 선거 후 잠행을 이어가던 중 공개된 모습이라 이날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컸다. 부통령으로서의 대외 행보도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상이 공개된 직후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 “끔찍한 영상이다” “부통령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참모들의 미움을 받지 않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영상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대선 때와 비교해 부쩍 수척해진 것은 물론, 영상 말미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초점이 흐려지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또 선거 기간 어떻게 15억 달러에 이르는 기록적인 자금을 모금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대선 기간 친(親)민주당 성향 목사 알 샤프턴과 인터뷰를 앞두고 50만 달러를 샤프턴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했다는 ‘금권 선거’ 논란이 최근 제기된 상태였다. 보수 성향 인플루언서들은 해리스의 영상에 술병까지 합성해가며 이를 빠른 속도로 유포하고 있다. ‘해리스가 선거 패배 후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해 재정신이 아니다’라는 네러티브다.
해리스가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은 (대선일인) 11월 5일 이전과 동일한 권력을 갖고 있으니 그 누구도 여러분의 힘을 빼앗아 가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바이든이 지난 13일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나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고 내년 1월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한다고 밝힌 가운데, 해리스의 메시지가 자칫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러닝메이트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역시 이날 영상에서 “트럼프의 당선이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딸이면서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를 지지한 메건 매케인조차 “아직 현직 부통령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 끔찍하다”며 “영상을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해리스가 내년 1월 부통령에서 퇴임하면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으로 재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