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A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주미 한국대사관이 로비 업체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와 신규 고용 계약을 맺은 것으로 1일 나타났다. 1999년 세워진 이 회사는 전세계 11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고, 한국의 현대차도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한 최측근이자 ‘살림꾼’인 수지 와일스(67)가 2022년부터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트럼프 측에 줄을 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데, 미 조야(朝野)에선 “한국이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석좌)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1일 미 법무부 홈페이지를 보면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는 지난달 26일 우리 대사관과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신고했다. 미국에선 개인·기업이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로비 활동을 하는 것이 합법이다. 다만 1938년 제정된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관련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신고 내용을 보면 “대사관의 경제 정책 현안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춰 개발·조직·계획하는 것과 관련한 자문에 응한다”고 돼 있다. 또 “대사관 지도부를 행정부에서 보직을 맡을 수 있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 주요 이해 관계자에게 소개하고, 관료들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기회를 포착해 제공한다”고 했다.

계약 기간은 지난달 18일부터 올해 말까지 한 달 반이고 총 4만 달러(약 56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사관은 이미 ‘브라인스타인 하얏트 파버 슈렉’ 등 다수의 대형 로펌·컨설팅 업체를 고용하고 있는 데다 예산의 여유도 많지 않아 우선 단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이 트럼프 최측근과 관계가 있는 로비업체를 고용한 것은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트럼프 측과 직접 소통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 때문이다. 와일스는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에 합류하기 직전 ‘발라드 파트너스’란 곳에서도 일했는데, 트럼프의 재집권과 더불어 두 회사 모두 외국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공화당 진영의 정치 전략가이자 2016년과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에 자문한 브라이언 란자 역시 이 회사의 파트너로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