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추수감사절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36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1989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크리스마스 대소동’의 한 장면을 따온 동영상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질 바이든 여사,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이 식사하던 중 칠면조 구이가 갈라지며 그 안에서 트럼프가 나타난다. 그리고 남성 디스코그룹 빌리지 피플의 노래 ‘YMCA’에 맞춰 춤을 춘다.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을 조롱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주먹을 쥔 트럼프가 이 노래에 맞춰 양팔을 앞뒤로 폈다 굽혔다 하며 춤을 추는 모습은 유명한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됐다. 1978년 발표된 세계적 히트곡 YMCA는 ‘영 맨(Young man·젊은이)’으로 시작하는 노랫말로 한국에도 친숙하다. 표면적인 가사는 기독교청년회(YMCA)가 운영하는 쉼터 서비스를 소개하고, 가출한 청년들에게 자활을 독려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빌리지 피플 멤버 상당수가 동성애자였다는 점에서 소외된 성소수자들의 해방 공간을 노래하는 숨은 의미가 깃들어있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YMCA가 ‘트럼프 테마송’으로 각인된 것은 2020년 미 대선 선거전 때다. 당시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됐던 트럼프가 업무 복귀 후 첫 유세장에서 이 노래를 틀었다. 지지자들에게는 트럼프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음을 알리는 희망의 노래로 인식됐고 트럼프도 이를 흡족해했다. 당시 미시간주에서 민주당 주정부의 강도 높은 코로나 격리 정책에 항의한 친트럼프 성향 시위대도 이 노래를 ‘떼창’했다. 일부 보수적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동성애 코드가 담긴 노래가 보수층에서 애창되는 것을 불편해했지만, 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특유의 리듬 때문에 ‘트럼프 테마송’으로 입지를 굳혔다.

트럼프는 2022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YMCA가 유세에 온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움직이게 하고 흔들어 놓는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자택인 마러라고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파티에서도 YMCA 노래가 흘러나왔다.

트럼프의 재집권을 앞두고 YMCA도 모처럼 차트 역주행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 빌보드 댄스·일렉트로닉 차트 15위에 오른 데 이어 11월 셋째 주에는 처음으로 해당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구글 검색량도 크게 증가했고, 노래 청취 빈도를 집계하는 ‘라스트 에프엠’ 자료를 보면 11월 청취 횟수가 전달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종합격투기(UFC), 프로풋볼(NFL) 등 스포츠계에서도 선수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춤을 따라하는 세리머니가 유행할 정도다. CNN은 “트럼프 댄스가 스포츠계를 강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 빌리지피플 측에서 YMCA의 유세장 사용을 허가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리드 보컬이자 공동 작곡가인 빅터 윌리스 등 일부 멤버가 반대하는 등 이견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윌리스는 최근 NBC에 “트럼프가 이 노래를 계속 사용하면서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노래를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