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한다고 2일 밝혔다. 지난달 5일 대선 승리 뒤 첫 외국 방문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트럼프를 초청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정상들과 트럼프가 연쇄 회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5년 전 끔찍한 화재 이후 완전히 복원된 웅장하고 역사적인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참석한다”며 오는 7일 출국 사실을 알렸다. 프랑스의 명소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보수 공사 도중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높이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木造) 지붕이 대부분 소실됐다. 5년여 복구 작업 끝에 7일 공식 재개관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는 재개관식에 약 50국 정상을 초청했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마크롱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 만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문제를 본격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을 상대로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 트럼프 1기 시절 그와 불편한 관계였던 G7(7국) 지도자들이 잇따라 트럼프와의 사전 만남을 성사시키는 모습이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가 자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지난달 29일 가장 먼저 트럼프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해 3시간 동안 만찬을 했다.

CNN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측이 이번 방문과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실과 며칠 동안 논의해 왔다”며 “트럼프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초청을 받아 수락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1기 때 마크롱과 협력과 충돌을 반복했는데, CNN에 따르면 마크롱은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축하를 전한 첫 외국 지도자라고 한다. 마크롱은 X(옛 트위터)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지난 4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마크롱은 노트르담이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되찾고 더욱 영광스럽게 될 수 있도록 훌륭한 일을 해냈다”며 “(재개관식은) 모두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취임을 한 달 앞두고 유럽으로 가는 만큼 마크롱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정상들과의 사전 정상 외교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마크롱과의 회동이 이뤄지면 관세와 함께 트럼프가 조기 종전(終戰)을 공언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얘기도 오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트럼프 측은 ‘당선인이 파리에서 다른 외국 지도자를 만날 것이냐’는 언론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물품 구매 리스트를 만들어 먼저 들이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트럼프 포비아’가 만연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