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약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것 관련 “국내에서 (정치적) 생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이 윤 대통령의 종말(demise)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이 혼란을 악용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도발 가능성을 예상했다.
미 조야(朝野)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임·지세연 연구원은 이날 오후 ‘한국의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차 석좌 등은 “계엄령 선포는 정치 불안을 막기 위한 윤 대통령의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계엄령을 뒤집기 위한 입법부의 신속한 동원, 지지율 10%대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 확산 가능성이 윤 대통령의 종말이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6시간 만인 4일 오전 4시20분쯤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예고한 상태고,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등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차 석좌 등은 또 “북한의 성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은 윤 대통령에 대한 선전 목적으로 이번 혼란을 악용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는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 것이며 모든 정치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시드니 사일러 CSIS 선임고문 역시 이날 CNN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이 이 상황을 악용할 기회로 볼 것인지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아프리카 앙골라를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 안에서 한국 상황에 관한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그레그 브레진스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X(옛 트위터)에서 “윤 대통령이 한국이 이룬많은 진전을 훼손하는 끔찍한 실수를 저질렀고 1987년 이후 한국의 지도자가 한 가장 최악의 일”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훨씬 더 강력한 입장을 즉각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로는 처음 당선된 민주당 앤디 김 하원의원은 “이번 계엄령 선포 방식은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 기반을 약화하고 국민이 안보와 안정을 누려야 할 시기에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것은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이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에는 항상 도전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이는 반드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과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