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16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격전지인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으며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이 북한군의 교전 및 사상자 발생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러시아에 1만여 명을 파병했고 이들이 최근 전장의 제2선에서 최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이날 “독립 주권국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국경을 넘어 침략전쟁을 수행하려 한다면 북한 정부의 확전(擴戰)이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며칠 동안 우리는 북한 군인들이 전장의 제2선에서 최전선으로 이동하고 전투 작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며 “놀랍지는 않지만 북한이 전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북한군이 전사자·부상자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믿는다”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지만 수십 명(several dozens)에 달한다. 대수롭지 않은 피해가 아니다”라고 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지난주 전투에 투입된 사실을 확인하며 “러시아 부대에 통합됐고 주로 보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내 전장에서 전사한 북한 군인을 봤다”며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은 전투에 참여했고, 전투원으로서 우크라이나군의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독립 주권국을 상대로 침략전쟁을 수행하려 한다면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확전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쿠르스크는 러시아가 지난 8월 우크라이나에 기습 점령을 당한 뒤 탈환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으로 북한군 병력은 여기에 집중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북한군 간 교전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등 10국은 이날 북·러 간 군사 협력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 등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장에 투입하기 위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포함해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증대하는 것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지를 재확인하며 북·러 간 파트너십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제재 부과를 포함한 행동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성명에는 한미를 비롯해 일본·독일·프랑스·캐나다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