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일 오전까지 폭스뉴스에 출근하던 방송인을 저녁에 국무부 대변인으로 임명하는 등 2기 행정부에 폭스뉴스 출신들을 잇따라 임명하고 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는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방송으로 평가된다. 임명 공직도 장관부터 외국 대사까지 가리지 않아 전문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를 가리켜 ‘폭스 내각’ ‘폭스화 된 정부’라는 비판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3일 저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태미 브루스를 미 국무부 대변인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태미 브루스는 2005년부터 폭스뉴스 고정 출연자로 활동한 방송인으로 2019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태미 브루스는 3일 오전 폭스뉴스에 사표를 냈는데, 트럼프는 그날 저녁 그를 미 국무부 대변인에 임명했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 공직에 임명한 폭스뉴스 출신들은 최소 10명 이상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폭스뉴스 주말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이고, 숀 더피 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폭스뉴스 비즈니스 프로그램 진행자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강경 이민 정책을 예고한 국경 ‘차르’ 토머스 호먼은 폭스뉴스 해설위원 출신이고,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는 폭스뉴스 토크쇼 진행자 출신이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후보자,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자진 사퇴했던 맷 게이츠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며 보수적 입장을 피력했다.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은 2023년부터 폭스뉴스에 176회 이상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맷 게이츠 사퇴 이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재지명 된 팸 본디 역시 폭스뉴스 해설위원 출신이다.
의료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될 닥터 메흐멧 오즈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책임자 역시 폭스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출신이다. 세바스찬 고르카 대태러 담당 선임국장은 폭스뉴스 기고자로 활동했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턴 출신이다.
트럼프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전 약혼녀였던 킴벌리 길포일 폭스뉴스 앵커는 아무런 국제 외교 관련 경력이 없지만 주그리스 미국 대사에 지명됐다. 매튜 휘태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역시 폭스뉴스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존 볼턴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가 집무실 옆 식당에서 폭스뉴스를 끊임없이 시청했다”고 한 바 있다. 트럼프가 2기 내각에 정책 전문성보다는 충성도에 초점을 맞춘 폭스뉴스 출신들을 계속 임명하면서 ‘폭스 행정부’ ‘폭스화 된 미국’ ‘케이블 뉴스 내각’ 같은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트럼프가 폭스뉴스를 ‘인재 파견 회사’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독립성에 대한 위협은 물론, 국가 주요 공직 임명이 전문성과 독립성보다 미디어 노출에 의한 충성도와 개인적 친분에 좌우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체제 전반에 대한 위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 운영이 TV쇼처럼 진행된다는 비판도 있다.
공화당의 조지W 부시 행정부에서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데이비드 프럼은 최근 CNN에 나와 “공화당은 처음에 폭스뉴스가 우리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폭스뉴스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