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앞 기분이 태도가 된 어느 공화당 상원의원의 배우자가 보인 행동에 미국 유권자들이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미 119대 의회가 개원한 지난 3일, 3선(選)에 성공한 뎁 피셔(73) 공화당 상원의원의 배우자 브루스 피셔가 취임 선서라는 공식 석상에서 해리스를 완전히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로 퍼져나갔고 흑인 여성에 대한 인종 차별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해리스는 이날 의회에서 새로 6년 임기를 시작하는 의원들의 취임 선서를 주재했다. 왼손에 성경책을 대고 오른손을 든 채 선서를 읊는 것으로 온 가족을 대동해 축하받는 영예로운 절차다. 한국계 앤디 김 의원의 경우 이민 1세대인 부친 김정한씨가 휠체어를 탄 채 아들의 선서를 지켜봤고, 김 의원의 두 아들은 해리스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넨 것이 화제가 됐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대선 내내 해리스의 ‘무능’을 때린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역시 이날만큼은 해리스 앞에서 웃는 얼굴로 취임 선서를 했다. 배우자와 두 딸은 물론 자신의 부친까지도 해리스에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네브래스카주(州)가 지역구인 피셔 부부가 취임 선서를 위해 무대로 나왔을 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해리스는 동료 여성 정치인인 피셔와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지만 이후 배우자 브루스에 “축하한다”며 악수를 청했을 때는 거절당했다. 브루스는 바닥을 응시한 채로 “고맙다”고 짧막하게 말했을 뿐 해리스의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왼손을 양복 바지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 굳은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했는데 어쩔 줄 몰라 당황한 듯한 해리스의 난감한 표정과 민망해진 오른손이 가감 없이 카메라에 잡혔다. 미국 역시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개원식 같은 공식 석상에서 정치인이나 그 배우자가 이런 식으로 감정을 드러낸 적은 드물다. 이 때문에 영상이 공개되자 파장이 적지 않았다.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정말 뻔뻔한 사람”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피셔의 계정에도 “당신의 남편이 참 못났다” “품위 없는 행동이었고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남편이 사과해야 한다”는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과거 여성 혐오성 발언까지 소환해 문제를 삼았다. 피셔 부부는 1972년 결혼했다. 브루스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네브래스카에서 목장을 운영하고 있고, 세 명의 아들과 세 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고 한다. 한편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에 패배한 해리스는 6일 상원 의장 자격으로 트럼프 당선을 공식 확인하는 회의를 주재했다. 약 36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미 언론들은 “해리스가 차분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했다”고 전했다.

뎁 피셔 공화당 상원의원(왼쪽)이 3일 의회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배우자 브루스 피셔(가운데)는 땅만 응시한 채 해리스의 악수도 거부해 논란이 됐다. /UPI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