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식 전경. 취임식을 보기 위해 워싱턴 DC 의사당 앞 광장을 수십만 인파가 가득 채웠다. 오는 20일 열리는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에도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김하경

8일 찾은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은 오는 20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47대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의회 주변은 물론 의회로 통하는 모든 길목마다 철제 펜스와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고, 곳곳에 보안 검색을 위한 임시 텐트도 들어섰다. ㄴ인부 5~6명이 주요 인사(VIP)가 앉는 취임식 무대 좌석이 최근 폭설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인사가 취임식을 볼 수 있도록, 중앙 무대 양옆에 계단식으로 설치해 놓은 간이 스탠드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서와 연설을 할 예정인 주 무대에는 미 대통령취임위원회(PIC)에서 초청한 상·하원 의원, 대법관, 전직 대통령, 외교사절, 재계 인사 등 VIP 1600여 명이 앉는다. 의회 건물 앞 넓은 부채꼴 구역은 취임식 티켓을 가진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다. 티켓은 무료지만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구 상·하원 의원실이 한두 달 전부터 배포하는데, 의회 관계자는 “티켓 배부에는 후원 여부, 지역사회 활동, 의원과 맺은 친분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구역 다음부터 워싱턴 기념탑까지는 티켓과 상관없이 누구나 서서 대형 화면으로 취임식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취임식 티켓은 기본 무료지만, 구매도 가능하다. 취임위가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 이상 고액 기부자들에겐 VIP 좌석에서 취임식을 관람하고, 대통령 및 부통령 만찬에 참석할 기회를 준다. 일반 티켓 역시 유료로 거래된다. 워싱턴 현지 관계자는 “의원실이 배포한 티켓이 여러 경로로 되팔리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국내 재계에서는 ‘트럼프 취임식 브로커’ 주의보가 돌고 있다. 실체가 불분명한 로비스트들이 “미국 정계 인맥을 활용해 취임식 초청장을 받아줄 수 있다”며 접근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트럼프 취임 당시 우크라이나 출신 사업가가 취임식 초청 대가로 공화당 출신 로비스트에게 20만달러를 건넸다가 사기를 당한 일도 있다.

재계 인사들의 눈치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무료 야외 행사부터 고액 기부자나 핵심 인사의 초청을 받아야만 참석할 수 있는 무도회까지 취임식 행사 등급이 나뉘어 있다 보니, 엉뚱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관광만 하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국내 기업들은 주(州) 관계자 인맥을 활용하거나 현지에서 고용한 로비 회사를 통해 취임식과 만찬 등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취임식은 부대 행사까지 포함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열린다. 당일 오전 6시 참석자들에 대한 보안 검색이 시작되며, 일대 모든 도로는 폐쇄된다. 오전 9시 30분 군악대 공연이 시작되고, 10시 30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도착한다. 오전 11시 30분 개회사, 국가 제창 및 주요 인사 소개로 취임식이 시작된다. 낮 12시 JD 밴스 부통령이 먼저 선서하고, 이후 트럼프가 대법원장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이후 취임 연설을 하고 군 사열을 한다.

연설 이후 12시 30분쯤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마린원 헬기를 타고 메릴랜드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떠나는 전직 환송 행사가 열린다. 트럼프는 오후 1시쯤 의회에서 상·하원 의원들과 취임 오찬을 하고, 3시쯤 의회부터 백악관까지 취임 퍼레이드를 거쳐 차량으로 백악관으로 이동한다.

7시쯤 워싱턴 컨벤션 센터 등에서 트럼프와 멜라니아 여사가 춤(‘퍼스트 댄스’)을 추는 공식 무도회가 열린다. 트럼프 측근 등 다양한 단체·조직이 주관하는 비공식 부대 행사도 다수 열린다. 대통령은 만찬 행사를 순회하는데 중요도가 떨어지는 행사에는 몇 분간 머무르기도 한다.

취임식에 인파가 얼마나 몰리는지도 관심사다. 2009년 버락 오바마 취임 때 역대 최다인 180만명이 의사당 일대에 모인 것으로 추산됐는데, 2017년 트럼프 취임 때는 16만~25만명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가 “100만~150만명”이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때문에 역대 최소인 1000명만 초청해 조촐히 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