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로이터 연합뉴스

현대차가 미국 자회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0일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측은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는 걸 환영한다”고 했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다국적 기업들의 기부 행렬과 줄대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트럼프와 정의선 회장 간 회동도 추진이 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170만대를 팔았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현대차 관계자들이 트럼프 측과 접촉해 왔으며,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취임식 기금에 기부금을 냈다. 현대차가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 기부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이자 경쟁사인 GM·포드·도요타 등의 기부 행렬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WSJ는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더라도 외국산(産) 부품을 많이 활용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트럼프 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노력해 왔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취임 후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인접국인 캐나다·멕시코에는 25%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앞세우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각 정부 기관과 연방 상·하원 의원실, 주요 싱크탱크 등 워싱턴의 여론 주도층을 상대로 공격적인 아웃리치를 하고 있다. 현대차가 1986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미국 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적극 설명하고 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취임 전에는 당선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임 후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회동이 성사될 경우 정의선 회장,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 사장 등이 참석할 수 있도록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소프트뱅크의 마사요시 손 회장 등 국내외 기업인들이 앞다투어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와 만났는데, 한국에서는 장남 주니어 초청을 받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유일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미국은 판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뿐 아니라 차량 1대당 판매 단가도 높아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와 신형 전기차 개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조지아주 서배너의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은 지난해 조기 운전에 들어갔고, 올해 중 정식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할 경우 멕시코에서 차를 생산해 미국에 공급하는 기아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 계열인 현대제철 역시 관세 대응 차원에서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차량용 강판을 직접 공급해 현대차와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