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권에서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이라고 불리며 2기 행정부의 핵심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DB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 트럼프의 ‘의회 무기’, 트럼프의 ‘문고리 실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1월 20일)을 앞두고 미 언론들이 주목하는 트럼프의 최측근이 있다.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에서도 핵심 직책을 맡게 된 스티븐 밀러(39)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다. 그는 트럼프 1기 4년 내내 백악관 선임고문과 연설담당관으로 일했다.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에 들어서도 트럼프의 공직 지명을 받은 인사는 드물다.

밀러는 지난 8일 트럼프가 4년 만에 의회를 방문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하며 이민자 불법 입국 차단과 세금 감면 관련 입법 전략을 논의할 때 회의에 배석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밀러의 상징적 지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회의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동석했다.

미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10일 트럼프측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밀러는 트럼프의 스위스 군용 칼이다. 그는 정책, 정치, 미디어를 모두 처리한다”고 보도했다. 한 공화당 상원 고문은 이 매체에 “어떤 법안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스티븐 밀러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했고, 트럼프의 또 다른 고문은 이민과 국경 문제를 가리켜 “이 분야에 대해 밀러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트럼프 개인 사무실에서 스티븐 밀러와 트럼프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스티븐 밀러 X

실제 스티븐 밀러는 ‘미국 우선주의(MAGA)’ 세력의 핵심 인물로 트럼프 1기 때도 강경 이민 정책을 입안하고 주도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아내 케이티 밀러 역시 트럼프 1기에서 국토안보부 부대변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공보 비서로 일했고, 2기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 자문위원으로 트럼프가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 측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밀러는 1기 행정부 때 자신의 방식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적을 만드는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지만, 2기 들어서는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을뿐만 아니라 동맹 세력들을 만드는 유연함을 보이면서, 그의 의견이 사실상 워싱턴 사방에서 들리도록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악시오스는 “현재 스티븐 밀러는 백악관에서 가장 강력한 비선출직 인물처럼 보인다”는 한 트럼프 고문의 발언을 인용해 “밀러는 (법안 통과를 위한) 단순한 트럼프의 의회 대표자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