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의회 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골프장에서 그의 시대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터진다. 나라를 위해 산화한 무명용사의 넋을 기린다. ‘컨트리의 여왕’은 축가를 부르고, ‘원조 디스코 스타’의 무대에선 대규모 ‘떼창’이 펼쳐진다. 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4년 만에 워싱턴 DC 백악관에 입성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행사 때 펼쳐질 장면이다.

트럼프 공식 취임식은 미 헌법이 정한 임기 개시일인 20일 정오에 열리지만, 취임 행사는 이틀 전 시작해 취임 다음 날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J D 밴스 부통령 취임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취임 행사 일정을 발표하고 “트럼프의 역사적인 백악관 복귀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취임식을 보러 최대 100만명이 워싱턴DC에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호 수위도 바짝 올라가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트럼프 취임 행사는 화려한 불꽃놀이로 시작된다. 18일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州)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소유 골프장인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 워싱턴 DC’에서 후원자와 트럼프의 측근, 핵심 지지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불꽃놀이와 리셉션이 진행된다. 트럼프는 이어 내각 지명자들과의 리셉션,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 주재 만찬 행사에 참석한다.

트럼프와 밴스는 취임 전날인 19일에는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신원 미확인 미군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한다. 이어 이날 오후 워싱턴DC의 대형 실내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리는 당선 축하 집회에 참석한다. 프로농구 워싱턴 위저즈와 프로아이스하키 워싱턴 캐피털스의 홈구장인 이곳에 2만명의 지지자들이 모일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의 애창곡이자 대선 유세 음악이었던 1978년 댄스곡 ‘Y.M.C.A.’를 부른 남성 디스코그룹 빌리지피플이 무대에 오른다. 이들의 무대 때 청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르고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 선보였던 어색한 몸동작으로 흥을 돋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트럼프는 취임식 당일인 20일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담(茶談)을 한 뒤 의사당으로 이동해 정해진 의전에 따라 취임식을 진행한다. ‘1기(2017-2021년)’ 취임식 때인 8년 전처럼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선서를 할 예정이다. 성경에 손을 얹은 채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최선을 다해 헌법을 보존·보호 및 수호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말한 뒤 “하나님 나를 도와주소서”라는 짤막한 기도로 끝낸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 연설을 통해 4년간 진행될 ‘트럼프 2기’의 국정 청사진을 밝히게 된다.

취임식이 끝나면 트럼프는 물러나는 바이든, 자신의 대선 상대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환송한다. 그리고 의회를 방문해 상·하원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군대를 사열하며 의사당에서 백악관까지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대로 약 2㎞ 구간을 행진한다.

트럼프의 취임선서 직전 무대에 올라 미국인의 애창곡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을 부를 축가 가수에는 컨트리 음악계 최고 스타 캐리 언더우드(42)가 선정됐다. 오디션 프로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인 그는 컨트리 팬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또 지난 대선 때 트럼프 유세 무대에도 올랐던 오페라 가수 크리스토퍼 마치오가 미국 국가를 부른다. 트럼프는 취임 당일 지녁 ‘리버티 볼(Liberty Ball)’로 이름지어진 취임 축하 무도회 등을 찾아 각각 연설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1기 취임식 때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에 맞춰 춤을 췄었는데 이번엔 부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이외에도 곳곳에서 파티가 열리는데 트럼프 2기의 백악관 인공지능(AI)·암호 화폐 책임자인 데이비드 색스가 주최하는 ‘크립토 볼(Crypto Ball)’에는 래퍼 스눕 독 등 유명 가수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취임 행사는 21일 오전 국가기도회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한편 취임 행사 기간 워싱턴DC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보안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비밀경호국(SS)은 이번 취임식에 도합 48㎞ 이상의 경호용 펜스를 설치한다. 이는 과거 SS가 주도했던 어떤 행사보다 더 긴 것이다. 또 SS는 검문소를 설치해 모든 참석자를 검색하는 한편, 드론을 띄워 보안 구역을 감시한다는 계획이다. 취임식장 경호를 위해 경찰·공무원·군인 약 2만5000명이 배치된다. 보안 당국은 취임식에는 약 25만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에는 약 1만명의 시위 인원(총 12건)도 포함됐다. 당국은 IS(이슬람국가) 등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선동에 의한 자생 테러(외로운 늑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