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회 인사 청문회는 헤그세스의 성폭행 혐의, 과음, 불륜 의혹 등 과거 신상 문제로 범벅됐다. 민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에 헤그세스는 “익명의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향해 “아내를 속이고 이혼한 상원의원들에게 모두 사퇴를 요구했느냐”며 위선적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의 엄호 속에 미 언론들은 헤그세스의 낙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상원의원 회관에서 4시간 넘게 열린 인사 청문회는 시작부터 헤그세스의 임명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대로 몸살을 앓았다. 헤그세스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세 차례나 청중들이 소란을 피우며 방호 인력에게 끌려나갔다. 폭스뉴스 진행자였던 헤그세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파병됐던 소령 출신으로 주로 장군 출신들이 장관을 맡아왔던 미 국방부를 이끌 경험이 미천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은 “왜 대규모 조직을 지휘해본 적도 없는 방송인에게 우리 군대를 맡겨야 하느냐”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헤그세스의 각종 신상 논란을 물고 늘어졌다. 유부남이던 헤그세스는 2017년 캘리포니아의 호텔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헤그세스는 합의된 만남이었고 수사 결과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헤그세스는 세번째 아내가 될 여성이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헤그세스는 3번의 결혼을 통해 7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민주당의 팀 케인 상원의원은 “아내가 아닌 여성이 아이를 낳았는데, 결혼식 때마다 아내에게 충실하겠다고 맹세했을 것”이라고 했고, 헤그세스는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팀 케인 의원은 헤그세스의 가정 폭력 의혹을 제기했고 헤그세스는 “세명의 아내 중 누구도 폭행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공화당의 마크 멀린 상원의원은 “아내를 속여 이혼한 상원의원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느냐. 그들에게 사퇴하라고 했느냐”며 민주당 의원들을 위선적이라고 비판했다. 헤그세스는 자신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 ‘좌파 언론들의 조직적 비방’이라며 “좌파 언론은 진실이 무엇인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헤그세스가 술집에서 “모든 무슬림을 죽여라”고 말하고, 동료들을 스트립 클럽에 데려가 스트리퍼와 춤을 추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은 “헤그세스가 너무 취해 여러 차례 공연장 밖으로 끌려나간 적이 있다”고 했다. 헤그세스는 “익명의 의혹”이라며 부인했다.
헤그세스는 과거 “여군들은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으로 논란이 됐지만 이날은 관련 질의에 “군 임무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민주당 엘리사 슬롯킨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시위대에 군대를 투입하라고 하면 트럼프를 설득하겠느냐”고 물었고, 헤그세스는 “나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앞서 나가지 않겠다. 우리 헌법에는 따라야 할 법률과 절차가 있다”고만 했다. 민주당 마지 히로노 상원의원이 “트럼프 명령으로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를 점령할 것이냐”고 묻자, 헤그세스는 질문을 끊으며 “트럼프는 7700만표를 받고 군 통수권자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헤그세스는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국가들을 말해달라”는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한국, 일본, 호주 등을 언급하다 “그 나라들은 모두 아세안 회원국이 아니다”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탈 상원의원은 “헤그세스가 국방부의 차기 대변인이 된다면 그를 지지하겠지만 국방부 장관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