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 /UPI 연합뉴스

백악관을 떠나기까지 1주일도 남지 않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가 15일 지난 대선에서 남편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에 대한 ‘뒤끝’을 드러냈다. 질 여사는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우리는 50년 동안 친구였는데 (펠로시의 발언에)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인간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결말이 전개되는 방식에 대해 실망했다고만 말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인 펠로시는 지난해 7월 고령 리스크 속 완주를 고집하던 바이든이 낙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이든이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토론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자 진보 진영에선 후보 교체론이 대두됐는데, 펠로시가 진보 성향 방송인 MSNBC에 출연해 “대통령이 출마할지 여부는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그에게 결정을 내리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펠로시는 물밑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진보 성향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 등에 전화를 걸어 후보 교체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질 여사는 바이든이 부진한 TV토론 직후 “우리는 당신이 4년 동안 대통령으로 재직한 걸 90분으로 정의하지 않겠다”는 위로를 전했다고 한다.

질 여사는 “우리는 50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였는데 실망스러웠다”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펠로시에 대한 섭섭함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질은 2019년 쓴 회고록 ‘빛이 들어오는 곳(Where the Light Enters)’에서 “(남편) 조는 용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원한을 품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그 말은 제가 원한을 품게 된다는 뜻”이라 했었다. 실제로 워싱턴 정가에선 ‘질 여사가 백악관의 진짜 실세고, 질 여사에게 찍히면 끝’이란 루머가 적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로 규정하며 거칠게 다룬 탓에 한동안 질 여사의 미운털이 박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WP는 질 여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모든 사소한 모욕을 기억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가 지난해 11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입을 맞추고 있다. /UPI 연합뉴스

질 여사는 바이든이 ‘사면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차남 헌터를 사면한 것에 대해 “조는 그 결정에 대해 정말로 많이 고민했다”며 “헌터를 사면하지 않겠다고 말한 시점부터 상황이 바뀌었고, 공화당원들이 (정치 보복을) 멈추지 않으리란 사실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방문 때 멜라니아 여사가 차담(茶啖) 초청에 응하지 않았는데, 질 여사는 ‘축하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해 트럼프 편에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9일 워싱턴 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멜라니아가 고마움을 표시하기 전까지 아무런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조와 우리는 전통을 존중하고, 그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질 여사는 반세기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한 배우자 바이든에 대해 “바이든이 한 일이나 하지 않은 일만큼 중요한 건 그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라며 “품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사람들이 바이든을 강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며, 성실하고, 품격 있는 대통령으로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지난 16년 중 12년을 백악관에 있으면서 본업인 대학 영문학 교수직을 놓지 않은 질 여사는 “여성들이 저를 할머니, 직장인, 자매, 친구 등 자기 모습을 반영했던 사람으로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바이든은 15일 오후 백악관에서 대국민 고별 연설을 갖고, 20일 트럼프에 바통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