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전통의 우방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을 향해 “미국이 곤경에 처해있을 때 우리를 도울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며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방어해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로 최대 GDP의 5%까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終戰) 협상을 계기로 전후 질서를 유지하는 큰 축이었던 미국과 유럽의 가치 동맹도 계속해서 흔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나토에 대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NBC는 앞서 전·현직 고위 정부 관계자 3명 등을 인용해 트럼프가 GDP의 일정 비율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는 나토 회원국을 우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을 재배치하는 옵션까지 언급됐는데 이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나토의 핵심 원칙인 집단 방위(헌장 5조)에 반하는 것이라 실현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2001년 9·11 테러 때 이 조항이 발동된 적이 있다.

논란이 일자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는 나토와 헌장 5조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나 “(나토 회원국들이) 돈을 내지 않는다”며 “나는 이 말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미국이 곤경해 처해있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전화해 ‘문제가 생겼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프랑스를 호명했고 “다른 몇몇 나라들은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러 올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나토는 10년 전 각 회원국이 GDP의 2%를 국방비에 지출하기로 합의했지만, 한동한 상당수가 이 수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야 32국 중 23국이 2%를 달성했다.

트럼프는 또 일본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매우 흥미로운 조약을 맺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 좋은 관계이지만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는 반면,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일본은 우리에게서 큰 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온 일본과의 안보 조약이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 나토 회원국들에 한 것처럼 방위비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에도 ‘불공정 조약’을 이유로 방위비 증액을 우회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은 1953년 한국, 1960년 일본과 각각 상호방위 조약을 체결했다. 유사시 ‘자동 개입’이 명시된 나토와 달리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트럼프의 글로벌 비전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적대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방국 간 안보 부담 증가는 매우 중요하다”며 “더는 미국의 세금과 군사 장비, 때론 미국인의 생명이 우호적 무역과 상호 안보를 유지하는 유일한 부담자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베센트는 최근 독일에서 이뤄지고 있는 국방비 지출 논의를 언급하며 “초기의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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