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을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관련 행정명령을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60여 국에 추가 징벌적 관세를 얹는 ‘상호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을 보면 한국을 콕 집어 5년 새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3배 폭증한 점을 지적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일곱 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다. 또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도 여전히 “한국이 미국에 자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가 이날 오후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면 미국 자동차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인 일본·한국 시장의 비(非)관세 장벽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표준의 미수용, 중복적인 시험 및 인증 요건, 투명성 문제 등으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접근을 방해한다”고 돼 있는데, 이는 지난달 31일 무역대표부(USTR)가 트럼프에 제출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에도 적시된 것들이다. 백악관은 “비호혜적 관행으로 인해 미 자동차 산업은 일본으로 연간 수출에서 135억 달러의 추가 손실을 입었고, 한국 수입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나아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독일·일본·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은 자국민의 내수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해 수출 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해왔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가 제시한 차트를 보면 한국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돼 있는데, 막대한 무역 적자가 주요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의 수입차 규제, 쌀 관세 등을 언급하며 “어쩌면 최악”이라고 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1278억 달러였고, 미국 무역 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이날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 악의는 없다”면서도 “그들은 미국을 약탈하고 강탈했다. 어떤 경우는 적국보다 우방이 우리를 더 나쁘게 대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 설명에도 여전히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사전 브리핑에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보다 2~4배 높은 최혜국대우(MFN)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의 MFN은 3.5%인데 인도는 15%, 한국은 13%, 베트남은 거의 10%다. 더 큰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높은 13%라는 고위 당국자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고 있고, 현재 대미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기준 0.79%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