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저와 무역대표부(USTR)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그의 내각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무역 황금기’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일 트럼프가 주요 교역국에 상호 관세를 부과한 이후 미국의 고위 당국자가 양자(兩者) 간 공식 협상이 개시됐음을 알린 건 일본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트럼프와 이시바 간 전화 통화도 이뤄졌는데, 이 직후 트럼프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에 관한 재검토도 명령했다.
베선트는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일본 정부와 매우 건설적인 전화 논의를 거쳤다” “일본은 여전히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며 생산적인 교류를 기대한다” “일본 정부의 신중한 접근 방식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일 트럼프가 발표한 57국에 대한 상호 관세율을 보면 일본이 24%로 한국(25%)보다 1%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지난해 기준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685억 달러)가 한국(660억 달러)보다 컸다. 나라별로 차등 적용되는 이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베선트는 “관세, 비(非)관세 장벽, 환율과 정부 보조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생산적인 대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시바는 이날 트럼프와 가진 25분 통화에서 일본이 5년 연속 최대 대미(對美) 투자국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장관급 후속 협의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시바는 지난 2월 아시아 정상 중에서는 가장 먼저 워싱턴 DC를 찾아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날도 “가장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회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통화 소식을 전하며 “그들은 무역에서 미국을 매우 나쁘게 대했다”며 자동차·농업 분야 불균형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통화 직후 대통령 각서를 발표해 바이든 정부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정부 결정을 수정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허가해달라고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