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임시 허용 방편이었다. 현재 지침에 따르면 만성질환은 대면진료 후 1년 이내, 만성질환 이외 질환은 30일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으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관련해서 의과대학, 병원, 산업계 등 7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원격의료학회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지침)’에 대해 발표했다. 어떤 증상은 대면 진료가 낫고, 어떤 약물은 원격 처방이 힘든지 의사 입장에서 세세하게 분류·정리한 것이다. 즉 의사를 꼭 만나야 할 증상들을 제시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그런 증상이 있을 때 의사를 꼭 만나서 진료를 받아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따르면, 내과 진료에서 발열·기침·인후통 등 감기 증상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이거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 신장 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질환, 비만, 수일 내 체중 증·감량 등의 경우는 ‘심각한 위험 요소’로 보고 초진도 대면 진료를 권고했다.
발열이나 하지 증상을 동반한 허리 통증도 초진이라면 대면 진료를 받는 게 낫다고 봤다. 척수염 같은 병의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변이나 설사 역시 급성 염증 우려가 있어 대면 진료를 권고했다. 그 밖에 목소리가 쉬거나 쌕쌕대는 호흡, 갑자기 시작된 두근거림도 암(癌) 같은 중증 질환일 수 있어 비대면 초진 제외 증상에 포함됐다.
신경과 진료에선 어지러움과 근력 감소, 안면 마비와 안검하수, 발열 동반 두통과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시야 이상 등이 언급됐다. 뇌졸중이나 전정기관 장애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뇌졸중은 시력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발열 동반 두통과 안면 마비, 안검하수는 뇌종양 증상이기도 하다.
외과 진료에선 사타구니 부위 통증 또는 복부벽의 돌출과 갑작스러운 하지 부종 등이 포함됐다. 비뇨의학과 분야에선 통증 또는 발열을 동반한 요로 증상(배뇨 곤란·빈뇨·요실금)과 소변량이 감소하는 증상의 경우 정밀 검사가 필요해 비대면 초진에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신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소변량이 줄어들 수 있다.
정형외과에선 경부나 허리, 통증 상황에서 발열이나 사지 저림 및 피로, 방광·직장장애가 있다면 시각 진단만 가능한 비대면 진료로는 정보가 부족해 의사를 직접 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로 가벼운 외상이 발생했더라도 65세 이상이라면 골절 가능성이 있어 대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영·유아를 다루는 소아과는 증상도 세밀하게 분류했다. 아이가 너무 조용하고 웃지 않거나 반나절 이상 수분을 섭취 못 하거나 소변량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탈수 증상, 귀와 코 내부에 들어간 이물, 예방 접종 후 컨디션 저하 등의 증상도 비대면 초진으로는 진단 정보가 부족해 제대로 된 진료가 힘들다는 판단이다.
현재 국내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사태가 촉발된 2020년 한시적으로 허용돼 지난 3년간 국민 1300만명 이상이 원격 진료를 이용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정부가 코로나 방역 해제 후 비대면 진료 대상을 초진이 아닌 재진 환자 중심으로 축소하고 허용되던 약 배송도 금지하자 입지가 줄었다. 원격의료 지지 의료단체와 산업계는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저녁~다음 날 아침 시간대나 휴일 등에는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