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알 수 있는 혈당 연속 측정기가 혈당 관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다. 무엇을 먹을 때 혈당이 많이 오르는지 빨리 알게 되면서 혈당 관리에 최적인 음식 선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혈당 연속 측정기는 종전 자가 혈당 측정기와 달리 바늘로 손가락에 피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웨어러블(착용형) 의료 기기로 피부(주로 위 팔뚝 뒤)에 붙이면 패치에 달린 미세 침 센서가 실시간으로 24시간 내내 혈당을 재준다. 관련 앱(App)을 켠 스마트폰을 패치에 갖다 대면 현재 혈당 수치와 혈당 변화 추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래픽=백형선

◇연속혈당측정은 당뇨계 대동여지도

국내 당뇨병 관리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본지 의학 전문 유튜브 방송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종전 혈당 측정 방식이 남산에 올라가 보던 풍경이라면 연속 측정은 대동여지도를 펼쳐 보게 된 것과 같다”고 했다.

실시간 혈당 측정을 혈당 관리 혁신이라 부르는 것은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 반응 정도가 개인마다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혈당 측정기의 등장으로 당뇨 관리를 위해서는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고, 식후 운동을 하면 혈당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체계적이고 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졌다. 의료진은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환자 교육이 간편해졌다”고 말한다. 채혈 방식의 종전 자가 혈당 측정기는 보통 하루 2~4번 측정이 전부이다 보니 이런 효과를 얻기 어려웠다.

◇초간편 식단관리법 ‘SEOUL 알고리즘’

연속 측정기를 이용한 간편한 혈당 관리 알고리즘도 등장했다. 서울대병원·상계백병원·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이 개발해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발표한 이른바 ‘SEOUL 알고리즘’이다. SEOUL은 ‘식후 혈당을 눈으로 확인해 건강에 나쁜 음식을 스스로 평가한다(Self-Evaluation Of Unhealthy foods by Looking at postprandial glucose)’는 의미다. 적용 방식은 쉽다.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인가?’ ‘이 음식을 먹고 혈당이 많이 올랐는가?’ 등 단 두 항목만 환자 주관으로 평가하면 된다.

예를 들어 몸에 좋다고 알려진 능이 백숙을 먹고 식후 혈당을 쟀을 때 많이 올랐다면 섭취량을 줄인다. 반대로 혈당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즐기면 된다. 몸에 좋지 않다고 알려진 음식이 식후 혈당도 많이 끌어올린다면 섭취를 피해야 한다.

연구팀이 2형 당뇨 환자 126명을 대상으로 SEOUL 알고리즘 및 혈당 연속 측정기 사용 집단과 비사용 집단으로 반씩 나눠 12주간 당화혈색소(HbA1c) 수치 변화를 측정한 결과, 혈당 연속 측정기 사용 집단의 평균 당화혈색소 수치 감소 폭(0.6%)이 비사용 집단의 감소 폭(0.1%)보다 컸다. 연구를 주도한 조영민 교수는 “이는 경구용 당뇨약 한 알을 더 먹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3개월간 혈당 관리가 얼마나 잘됐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당뇨병은 이제 국민질환이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 5월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30세 이상 당뇨 유병자는 약 605만명으로 6명 중 1명(16.7%)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심지어 당뇨 전단계에 해당하는 30세 이상도 1497만명으로 추정된다. 완벽하게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조 교수는 “당뇨는 한번 걸리면 돌아가기 어렵다”며 스스로 지키고 있는 세 가지 식사법을 조언했다. 첫째, 재료를 알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가공식품은 신선하지도 않고 첨가물이 많아 혈당을 높이기 쉽다. 둘째는 총천연색 식단을 꾸미려는 노력이다. 조 교수는 “라면을 끓이더라도 ‘파 송송 계란 탁’을 하면 색깔이 다양해지고 건강에 좋다”고 했다. 마지막은 소금과 설탕 그리고 흰밥(또는 밀가루) 등 세 가지 백색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