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에 신체적·정신적·성적으로 학대 또는 피해를 받으며 형성된 트라우마(심리적 상처)가 중증 정신질환 발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태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정신과학 학술지인 ‘랜싯 정신과학(Lancet Psychiatry)’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과 영국에서 모집한 2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구팀은 트라우마로 인해 발생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복합 PTSD와 일반 PTSD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성장기 지속적인 트라우마가 원인으로 발생한 복합 PTSD 환자는 PTSD가 없는 사람에 비해 정신 질환 중증도가 많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단발적인 사고나 충격으로 인해 나타나는 일반 PTSD 환자는 정신질환 중증도가 유의미할 정도로 증가하지 않았다. 정신질환 발현에서 특정 사고나 충격보다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학대 영향이 더 크다는 의미다. 복합 PTSD의 가장 큰 특성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 정체성 혼란, 관계 유지의 어려움 등이 있다.
김의태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라 ‘성장기 트라우마’가 있는 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ㆍ관리할 수 있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복합 PTSD와의 연관성도 확인한 만큼 정확한 치료 지침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