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의 장수를 연구한 마고토 박사가 최근 한탄하며 한 말이 있다. 1970년대 중반에 오키나와에서 접한 백세인은 대부분 활동적이었는데, 2000년대에 그 숫자는 늘었어도 50% 이상이 요양원에서 칩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코토 박사는 “현 인류의 보물인 백세인이 보석(寶石)에서 화석(化石)으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이 말이 나에게 큰 울림을 줬다. 백세인 숫자가 증가하지만 늘어나는 만큼 삶의 질이 모두 높아지지 못하는 장수 시대 역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한국 대표 장수 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 장수 벨트 백세인을 대상으로 지난 20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는가 조사했다(2021년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1차 백세인(2001~2003년)과 2차 백세인(2018~2023년)의 거주 환경 변화다. 백세인이 가족과 같이 지내는 비율이 90%에서 50%로 줄었다. 반면 혼자 지내는 독거가 6%에서 25%로 늘었다. 20% 정도는 요양 기관에 거주하고 있었다.
큰아들이 백세인을 부양하는 비율도 70%에서 30%로 줄어들었다. 고령 부모 부양이 전통 사회 속 장자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녀들 간의 자발성과 공평성 기반으로 변한 것이다. 아울러 사회복지 공적 서비스 확대와 요양 시설 증대는 백세인의 독립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고, 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앞으로 백세인이 사는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녀 수가 점점 더 적어지는 상황에서 혼자 사는 부모는 계속 늘어날 텐데, 초고령 장수인의 삶과 부양의 해법은 무엇일까.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