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의 내부를 찍은 전자현미경 사진. /Experimental Dermatology 홈페이지

우리 몸에 난 털 중 중요 부위의 음모가 유독 굵고 꼬불거리는 이유는 뭘까?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만한 의문 속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풀어냈다.

서강대 바이오계면연구소 신관우 교수팀은 최근 국제 피부·모발 학술지인 ‘피부 임상학’(Experimental Dermatology)에 음모를 감싸고 있는 큐티클(cuticle)을 분석해 밝혀낸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 학술지의 표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20·30·40대 한국 남성의 머리카락과 동일인의 음모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머리카락과 음모의 전자현미경과 첨단 분광 장치가 이용됐다.

연구 결과 비밀은 털을 보호하고 있는 큐티클층 내부의 차이에 있었다. 음모의 큐티클이 머리카락보다 더 두껍고 단단하게 겹쳐 있었던 것이다. 큐티클이 다층으로 겹친 형태는 머리카락과 전혀 다른 배치로 외부에 노출돼 있었다.

또 이렇게 물리적으로 보강된 큐티클은 오줌과 같은 외부 환경에 더 강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인공 오줌 등 변화된 환경에 두었을 때도, 음모의 큐티클은 털 내부의 화학·물리적 변성을 머리카락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굵고 꼬불거리는 털은 생식기 환경에 강해지기 위한 적응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일반 대중과 동일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했다”며 “이 결과가 인간의 진화에 의한, 또는 외부 환경에 대한 인간의 생물학적 적응이라는 큰 주제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