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항생제로 치료하기 어려운 ‘수퍼박테리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이 개발됐다. 수퍼박테리아가 병원 등 의료 시설에서 주로 감염되는 만큼 입원 전후 접종으로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한 번 투여로 8종의 박테리아와 곰팡이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백신에 대한 연구 결과를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션 메디슨’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백신을 투여하면 면역 세포가 ‘헐크’처럼 활성화돼 바이러스 침투에 대응하게 된다”면서 “내년까지 전 임상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백신은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을 집어삼키는 대식 세포를 활성화한다. 기존 백신이 특정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것과 달리 몸의 면역 체계를 깨워 병원균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하나의 백신으로 다양한 박테리아에 대응할 수 있다. 동물 실험에서는 백신 접종 후 24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 최대 28일까지 지속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입원 후 병원균에 감염되는 의료 감염으로 9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병원 환자 31명 중 1명꼴로 의료 감염이 일어나는 셈이다. 대부분의 감염은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같은 수퍼박테리아에 의해 일어난다. 오염된 카테터 및 인공호흡기나 이를 만진 의료진 손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유행을 거치며 항생제 내성을 가진 수퍼박테리아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할 상용화된 백신은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