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당뇨병이 어떻게 췌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지를 밝혀낸 국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연구진이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높은 인슐린 수치와 췌장암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냈다. 비만과 당뇨병이 췌장암의 위험 요인이라는 내용의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그 발생 기제는 불분명했다. 이번 연구로 높은 인슐린 수치가 어떻게 췌장암으로 연결됐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과도한 인슐린 수치는 소화액을 생성하는 췌장 선포 세포(pancreatic acinar cells)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제1저자인 애니 장 박사는 “우리는 고인슐린혈증(혈중 인슐린이 높은 상태)이 선포 세포의 인슐린 수용체를 통해 췌장암 발병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 메커니즘은 췌장 염증을 높인다”고 밝혔다. 인슐린의 과도한 자극이 염증을 유발하며 췌장 세포를 암세포 전 단계인 전암 세포로 전환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새로운 암 예방 전략과 선포 세포의 인슐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 접근법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데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췌장암 발병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진료 환자는 2017년 1만7341명에서 2022년 2만4847명으로 급증했다. 췌장은 복부 깊은 곳에 있어 조기 발견이 어려우며 생존율도 낮다. 수술이 가능한 초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비율은 20%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