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지원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새는 증상을 일컫는 요실금은 보통 여성들이 많이 겪는 질환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남성도 여성처럼 요실금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남성 중 요실금을 일으키는 과민성 방광 증상을 겪는 비율이 40.4%에 달했다. 여성 비율(46.9%)과 큰 차이가 없다.

배뇨장애 전문인 배웅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들은 60~70대가 되면 전립선 비대증으로 인한 배뇨 증상이 많이 나타나 70대부터는 요실금을 겪는 남녀 비율의 거의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본지가 새롭게 선보인 의학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남성 요실금에 대한 특징과 원인, 치료법 등을 소개했다.

남성 요실금은 여성 요실금과는 주요 증상도 조금 다르다. 여성들은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 줄넘기 등 배에 힘이 들어가며 복압이 올라갈 때 소변이 흘러나오는 ‘복압성 요실금’이 많다. 그러나 남성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져 화장실에 가는 도중이거나 미처 속옷을 내리기도 전에 소변이 흘러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이 많다. 대표적인 원인은 전립선 비대증이 꼽힌다. 정액을 만드는 생식 기관인 전립선은 남성에게만 있는데,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커진다. 문제는 요도가 전립선 사이로 지나가다 보니 전립선이 커지면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잔뇨도 남는 등 배뇨 장애가 생기기 쉽다. 배 교수는 “이런 배뇨 장애를 반복해서 수년간 앓다 보면 방광의 수축 기능이 같은 양의 소변을 배출하기 위해 오히려 강화되고 빈뇨와 요실금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지원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선 요실금을 예방하기 위해 방법의 하나로 ‘케겔 운동’을 추천한다. 케겔 운동은 소변이나 방귀를 참을 때처럼 항문과 요도를 받치는 골반저근육을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는 운동이다. 배 교수는 “절박성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 복압성 요실금 모두에 효과가 있다”며 “척수나 뇌신경에 소변이 마려울 때 요도와 방광 수축에 영향을 미치는 회로가 있는데, 케겔 운동이 이 회로를 강화시켜준다”고 말했다.

방광에 조금만 소변이 차도 요의를 느끼는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다면 일정 시간 소변을 참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전립선 비대증에 따른 절박뇨라면 소변을 참는 건 오히려 독(毒)이 된다. 배 교수는 “방광이 가득 찬 경우에 소변을 참으면 자칫 방광 기능을 손실할 수 있어 위험하다”며 “방광은 한번 기능을 손실하면 수술로도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실금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항무스카린제’와 ‘베타3작용제’라는 약을 쓰는데, 방광의 감각이나 수축력 약화에 도움을 준다. 배 교수는 “약물 치료를 받은 환자의 50% 정도는 증상이 완화됐다”며 “약을 복용하면서 소변 참는 훈련도 가능해지면 복용을 중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방광에 보톡스 주사를 놓아 근육의 수축을 마비시켜 과민성을 떨어뜨리는 치료도 시행된다.

전립선암이나 전립선 비대증 수술로 인해 소변이 줄줄 새는 환자의 최후 보루는 ‘인공 요도 괄약근’이라 불리는 신체 삽입형 기계장치다. 팔을 감싸는 혈압측정기처럼 요도를 감싸는 펌프를 부착해 요도를 통제한다. 음낭 부위에 삽입된 스위치 버튼을 누르면 펌프에 담긴 생리식염수가 빠지면서 요도가 열리고 소변을 눌 수 있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