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비만을 유발하지만, 비만에 미치는 오랜 영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탄수화물은 혈중 포도당 수치를 올리는 정도로 혈당 지수가 높은 것과 낮은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 영국의학회지에 혈당 지수 정도에 따른 탄수화물 차이가 체중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에서는 건강한 평균 50세 미국인 13만6432명을 대상으로 했다. 4년 간격으로 총 24년에 걸쳐, 섭취하는 탄수화물의 종류·양과 체중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대상자들 체중은 4년마다 평균 1.5kg 증가, 24년 동안 총 8.8kg 증가를 보였다. 혈당 지수가 높은 단순당 곡류를 하루에 100g 더 섭취하면 4년간 체중 증가량이 평균보다 1.5kg 많았다. 반면에 혈당 지수가 낮은 식이섬유 계열 탄수화물을 하루에 10g 더 섭취하면 체중 증가가 평균보다 0.8kg 적었다.

즉 혈당 지수가 높은 정제된 곡식이나 감자, 옥수수, 녹말, 설탕 등은 체중 증가를 일으킨 데 반해서, 혈당 지수가 낮은 전곡, 과일, 야채는 체중 증가를 덜 유발했다. 이러한 차이는 비만 환자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혈당 지수가 높은 탄수화물은 인슐린과 같은 에너지 저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체중을 늘린다.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유발하고 지방 산화를 촉진해 체중 증가를 억제한다. 탄수화물이라고 해서 모두 비만의 주범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체중 관리를 잘하려면 현미밥을 즐기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