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부터 레드와인은 피로를 풀어주고 열을 가라앉히는 등 약처럼 사용돼 왔다. 하지만 레드와인을 마신 뒤 찾아오는 두통의 원인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그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찾았다. 레드와인으로 인한 두통이 포도 씨와 껍질에 함유돼 있는 산화 방지 성분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팀은 포도 씨와 껍질에 함유돼 있는 항산화 성분 ‘퀘르세틴(quercetin)’이 두통을 유발할 수 있고 밝혔다. 퀘르세틴은 포도, 딸기, 체리, 케일, 양파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을 일으켜 각종 질병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1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체내에서 두 단계 변화 과정을 거친다. 에탄올 형태의 알코올이 간에서 아세트알데히드로 전환된 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아세테이트로 바뀐다.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빨개지고 두통이 오는 이유는 독성이 있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서 아세테이트로 분해되지 않고 쌓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레드 와인에 있는 12가지 이상의 화합물 실험을 통해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퀘르세틴이 혈류에서 ‘퀘르세틴 글루쿠로니드’로 바뀌며 아세트알데히드가 아세테이트로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때문에 아세트알데히드가 혈류에 축적되면서 두통, 메스꺼움, 안면 홍조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다만 퀘르세틴이 초콜릿, 양파, 딸기 등에도 함유돼 있지만 유독 레드와인을 마신 후에만 두통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퀘르세틴 함량이 높은 와인과 낮은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비교하는 등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