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초가공식품인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초가공식품은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체지방과 관계가 적은 종류의 암 발병률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합뉴스

초가공식품 섭취가 두경부암이나 식도암처럼 비만과 관계가 적은 종류의 암 발병률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초가공식품이 비만을 유발해 비만함으로써 생기는 종류의 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체지방 증가와 관계 없이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진은 국제 암 연구 기관(IARC)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45만여명의 성인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의 섭취가 암 발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45만 111명의 성인들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 건강 상태 등을 약 14년간 추적 조사한 데이터 베이스를 분석했다. 앞서 초가공식품과 34종의 암의 연관관계에 대해 ‘유럽암 및 영양에 관한 전향적 조사(EPIC)’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한 연구가 있었다. EPIC은 식습관과 질병의 연관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장기 조사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이 선행연구를 더 자세히 파고들어 특히 비만율과 관계 없는 암과 초가공식품 섭취간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을 10% 더 섭취하면 두경부암 발병률이 23%, 식도암 위험이 2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체지방 증가율이 영향을 미친 사례는 아주 적었다. 제1 저자인 웰콤 트러스트 박사는 “초가공식품 연구가 주로 비만과 연관되어 이뤄졌지만 이번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초가공식품이 상부 기도 소화관 암과도 연결되어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는 체질량지수나 허리 대 엉덩이 비율 등으로 크게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연구진은 비만 이외의 다른 기제가 발암률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초가공식품에 포함되어있는 유화제, 인공 감미료 등 첨가제나 식품 포장 및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체지방이 초가공식품 섭취와 상부 기도 소화관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크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체중 감량 치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초가공식품 섭취와 관련된 상부 기도 소화관암 예방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어떤 기전으로 암 발병률이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