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는 사진./연합뉴스

인류 문명 발전의 지향점은 만인 평등 사회 구축이다. 귀족 혁명, 시민혁명,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투쟁은 사회 계급에 대한 평등을 추구하는 도전이었다. 이어서 인간적 측면에서도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평등이 제기되었다. 요즘은 연령 차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장수의학 관점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수명 차별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우리나라 백세인 조사 과정에서 120여 명의 백세인 첫해 자료를 정리하던 중에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장수 지역의 백세인 남녀비가 1:20이라는 수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는 백세인 남녀 성비가 1:12 정도로 여성 우세 현상이 유난했다. 다행히 20년이 지난 지금은 남녀 차이가 1:5 정도로 줄었다.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평균수명의 남녀 차이도 흥미롭다.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남녀 간에는 7년 정도의 수명 차이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이나 현재까지 남녀 간 평균 수명 차이는 7년이라는 마법의 숫자에 갇혀 있다. 외국도 비슷한 현상이다.

100세 이상이나 105세 이상으로 올라가면 남녀 간 수명 격차는 더욱 커진다. 인구 고령화와 여성 수명 증가는 장수 사회를 여성 위주 또는 여성 독점 사회로 변모시키고 있다.

‘남녀 간 수명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장수 성차별이 초래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남녀가 오순도순 함께 장수하는 세상은 꿈인가?’ 등 되새겨 볼 점이 많다. 인류 사회가 인종차별, 성차별을 극복해 왔듯이 남녀 수명 차별은 다가올 초고령 장수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