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컴퓨터 단층촬영(CT)은 방사선을 조사하여 몸의 3차적 구조를 한눈에 파악하는 검사다. 질병을 찾아내는 데에 매우 유용하여 요새는 환자들이 먼저 CT를 찍어보자고 할 정도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CT 검사는 일반 X선보다 약 70배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게 한다. 과도한 방사선 노출은 혈액세포를 생산하는 뼛속의 골수세포를 변형시켜서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으나, 어느 정도의 노출이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CT에 의한 방사선 노출이 혈액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는 전 세계에서 22세 이전에 CT 촬영을 받은 총 94만8174 명을 추적 관찰해서, 이들에게 백혈병이나 림프종과 같은 혈액암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CT 촬영을 통해서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 100밀리그레이(mGy)당 혈액암 발생률은 1.96배가 추가로 올라갔다. 밀리그레이란 방사선 노출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복부 CT를 한 번 찍으면, 대략 5~20 밀리그레이에 노출된다. 방사선 노출이 많을수록 혈액암 발생률이 증가했는데, 10mGy 이하에서는 혈액암 발생률이 높지 않았으나, 10~25mGy에 노출된 경우는 1.40배, 50mGy 이상 노출되면 2.66배 증가했다.

소아나 청년에서는 성장을 위해서 골수 내에서 끊임없이 세포분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과도한 방사선 노출은 세포분열 이상을 일으켜서, 혈액암 위험을 높인다. 요즘 청소년들도 허리 통증이 있거나 복통 등이 있을 때 CT 검사를 하는 경우가 꽤 있는데, CT 검사는 꼭 필요한 경우만 시행하고, 반복적인 검사는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