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부정적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긍정적 감정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부정적인 감정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향후 우울증과 중독 치료 등에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웨이크포레스트 의대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서 방출하는 도파민이 보상과 처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도파민이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 모두에서 학습에 관여해 뇌가 경험에 따라 행동을 조정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도파민은 우리의 뇌를 가르치고 행동을 지도하는 정교한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연구팀은 도파민 방출을 살피기 위해 인간의 뇌에 전극을 꽂아 실험했다. 여기에는 초당 10회 단위로 도파민 수준을 감지할 수 있는 ‘고속 스캔 순환 전압전류법’을 활용했다. 미세 전류로 신경전달물질의 전기적 신호를 찾아내 도파민의 방출 수준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뇌심부자극술과 같은 치료 시술 중에만 시행할 수 있어 무의식중에 몸이 떨리는 ‘본태성 떨림’을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간단한 컴퓨터 게임을 통해 도파민 분비를 측정했다. 게임 중에 참가자들의 선택은 실제 금전적 이득이나 손실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긍정과 부정 피드백을 통해 학습하면서 보상을 최대화하고 벌칙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더 큰 보상을 받았을 때 도파민이 활발하게 생성됐고, 기대보다 보상이 적을 경우 도파민이 적게 생성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부정적인 상황이 예측돼도 도파민에 변화가 나타났는데, 이때 도파민이 관여하는 경로가 긍정적 보상과 연결될 때와 차이가 있었다. 긍정적 보상과 부정적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도파민 신호 전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도파민이 부정적 경험에도 관여한다는 것은 우울증, 중독, 정신 및 신경 장애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