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정보사회에선 워낙 많은 정보량과 빠른 속도감 때문에 정작 자기 마음 상태를 모르고 살아갈 때가 많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 마음 나도 몰라”다. 몸과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는 습관이 계속 되면 결국 신체는 번아웃, 우울증, 암 등 각종 심신질환으로 ‘보복’을 한다.
며칠전 ‘스트레스-우울증-명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던 중이었다. 참석자들에게 지금 자신의 마음 상태를 생각-감정-(신체)감각으로 나눠 적어보라고 했다. <아래 도표 참조> 예컨대 지금 강의가 재미없으면 머릿속 생각은 ‘재미없다’ ‘이해가 안된다’, 가슴속 감정은 ‘지루함’ ‘답답함’, 신체적 감각은 ‘졸림’ ‘하품’ 등으로 표현하는 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손을 들고 “특별히 드는 생각이나 감정이 없네요. 제가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가 봐요”라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없다고 감정이 없나요? 그럼 지금 마음이 기쁘거나 편안하십니까?”
그렇게 되물으면서 그녀의 얼굴을 보니 편안한 인상은 아니었다. 왠지 세파에 시달리고 정서적으로 메말라보였다.
가만히 생각하던 그녀는 머리를 흔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뇨. 편한 상태는 아니고 좀 불편한 듯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 … 사실 제가 결혼하고 14년 동안 애가 없었어요. 그래도 저는 당당하게 잘 살아왔어요. 제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거든요”
스스로 털어놓는 그녀의 과거사를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 14년간 아이를 갖지 못한 주부의 마음이 결코 편할 수 없다. 내 짐작으론 그녀는 불편한 마음을 꾹꾹 누르며 겉으로는 무심한 척, 쿨한 척 살아왔을 것이다. 힘든 마음은 저 무의식 세계 깊숙이 숨겨둔 채…. 그렇게 살다보니 이제는 진짜 자기 속마음이 무엇인지조차 헷갈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평소 잡념 안들고 편안하고 고요한 무심(無心)의 마음을 원합니다. 그거야 말로 행복이죠. 그런데 아주머니의 마음은 그런 무심이 아니라 무감각(無感覺)이 아닐까요. … 스트레스나 부정적 마음이 생길 때, 긍정적 사고로 대처하는 것은 일견 성숙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죠. 그러나 늘 진짜 마음을 억누르거나 외면한다면 나중에 마음은 반란을 일으킵니다.”
가만히 듣던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까 마음을 너무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말라고 하신 말씀이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내가 진짜 속마음을 속이고 산 것은 아닌가…. 사실 행복하거나 그렇진 않죠”
우리는 힘들거나 두렵거나 귀찮거나 성가신 생각이나 감정들을 뒤로 돌리거나 애써 모른척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풍진 세상을 사는데 필요한 태도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화되면 진짜 자기는 깊숙이 숨어버린다.
10여년전 나도 그랬다. 내 마음을 돌보지 않고 오로지 내 생각대로, 앞으로만 ‘돌격’하다가 우울증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서야 마음의 세계를 조금씩 알게 됐으니까.
“여러분들 모두 ‘생각하는 습관’을 줄이고 지금 마음을 ‘알아차리는 습관’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익숙해지면 쓸데없는 걱정・감정에서 벗어나고, 내 심신 상태에 보다 정확히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요즘 유행하는 ‘마음챙김(mindfulness)’, ‘알아차림(awareness)’의 핵심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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