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123RF.com

국내 수면 장애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수면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09만8819명에 달한다. 2018년(85만5025명)과 비교하면 29% 늘어난 규모다. 현대사회에서 수면 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카페 문화로 인한 과도한 카페인 섭취 영향도 크고, 갈수록 느는 우울증과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잠들기 직전까지 이용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전자기기 역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수면 장애 전문가인 이유진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잠은 신체 건강과 직결된다”며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조선일보 의학 유튜브 콘텐츠 ‘이러면 낫는다’에 출연해 수면 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 구체적인 치료법을 소개했다. 수면 장애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상태로 인구의 약 20%가 경험한다. 밤잠 부족으로 낮 시간대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이 몰려오거나 지속되는 졸음 운전 등 일상에 주는 영향으로 수면 장애 여부를 판단한다. 수면 기회가 있는데도 본인 의지와 달리 못 자거나 수면 중 깨거나 하는 증상이 3회·3개월 이상 지속되면 중증 수면 장애인 불면증을 진단받는다.

그래픽=김현국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듯 수면 장애는 건강과 직결된다. 서울대병원 수면의학센터가 1994~2008년 수면 다원 검사를 받은 사람 4225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불면증 환자(661명)는 수면 장애가 없는 사람(776명)에 비해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센터장은 “숙면은 심장박동을 느리게 하고 혈압도 10~20% 낮춘다”며 “잠을 못 자면 심장도 쉴 수가 없어서 불면이 심장을 지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국

보통 수면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잘 자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제대로 잠들지 못하는 문제를 자주 겪는다. 안 자려고 하면 졸리고, 자려고 하면 잠들지 못하는 ‘역설적 의도’라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잘 깨어 있으면 잘 자고, 잘 자면 잘 깨어 있게 된다”며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게 숙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보통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졸피뎀 같은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졸피뎀보다 인지 행동 치료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심리적 졸피뎀 의존이 심해지면, 약 복용 중단 후 불면증이 악화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인지 행동 치료법은 올바른 수면 패턴을 만들게끔 인식과 행동을 교정하는 방식이다. 졸리지 않을 때는 침대에 누워 있지 않고, 졸릴 때만 침대로 가는 ‘자극 조절법’은 침실을 수면 공간으로 인지하게끔 해준다. 또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침대에 눕는 시간과 수면 시간을 최대한 일치시키는 ‘수면 제한법’도 수면 습관 교정에 도움이 된다.

이 밖에 ‘몇 시간밖에 못 잤다’ ‘몇 시간을 자야 한다’ 같은 수면 시간 강박을 버리고, 침대에 눕기 전 복식호흡이나 근육 스트레칭 같은 이완 요법을 통해 안정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센터장은 수면 장애 해소에 도움이 되는 생활 팁으로 ‘커피의 카페인은 12시간 갈 수도 있기에 커피는 오전에만 즐기기’ ‘긴 낮잠은 밤잠을 뺏어 가기에 낮잠은 30분 이내 짧게’ ‘아침 30분 이상 산책’ ‘주말 몰아 자기 2시간 이내’ ‘숙면용 ASMR(편안함을 느끼는 백색 소음)은 수면 유도용으로만 쓰도록 시간 제한 설정’ ‘잠자리 눕기 전 스마트폰은 멀리’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