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갑상선암이 암 질환 중 3년째 발생률 1위로 집계된 사실이 발표되면서, 갑상선암 과잉 진단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10년 전 갑상선암 폭증 문제가 과잉 진단 때문이라는 비판을 맞으면서, 3위까지 내려갔던 갑상선암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다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국립암센터장까지 나서서 과잉 진단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의사 단체 ‘갑상선암 과잉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는 초음파 검진을 자제해달라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김성규

◇다시 1위가 된 갑상선암

지난 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갑상선암은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에서 68.6명을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대장암(61.9명), 폐암(59.3명), 유방암(55.7명), 위암(55.3명), 전립선암(35.0명)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1위, 갑상선암이 2위지만, 남성 갑상선암이 늘어나, 전체 1위가 된 것이다.

본래 갑상선암은 전체 암의 10% 안팎으로 낮은 수준이었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2011~2013년 암종별 발생률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상이었다.

게다가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0% 전후를 기록할 정도로 높아, 갑상선암 조기 진단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서도 전체 암 생존율은 72.1%인데, 갑상선암은 100.1%로 나왔다. 100%가 넘으면 오히려 암 환자가 전체 인구보다 많이 생존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서홍관 국립암센터원장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갑상선 검진을 부추기는 의료기관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서 원장은 “생존율이 100% 이상인 것은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찾아내어 진단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한국의 갑상선암 90%는 과잉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는 “대한민국 갑상선암 발생율은 세계 평균의 10 배, 일본의 15 배에 달하는, 세계 의학사에서도 괴이한 현상으로 인식한다”며 “국내외 다수의 연구와 토론화를 거친 결과, 그 원인은 특별한 발암 물질이나 공해도 아닌, 과도한 갑상선 초음파 검진으로 인한 무분별한 암 진단 때문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다.

◇무증상이면 갑상선 검진 필요 없어

갑상선 검진과 결절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증상이 없는 경우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 갑상선 결절은 성인의 약 50%에서 발견되고, 악성인 경우는 5% 미만이다. 결절 조기 발견이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만 갑상선암 가족력이 있거나,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거나, 목에 만져지는 혹이 있는 경우 등에는 검진을 고려할 수 있다.

초음파에서 결절이 발견될 경우에도, 모양과 크기, 위치가 암으로 의심되는 경우만 조직 검사를 한다. 암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암이 커지는지 지켜보는 면밀한 추적 관찰(능동적 감시) 또는 제거 수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지켜보다가 암이 커졌을 때 수술해도 환자의 생존율이나 재발 등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된다.

‘갑상선암 과잉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 연대’는 대국민 성명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자발적으로 요구하거나, 건강검진 항목에서 선택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한다”며 “’그래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받은 갑상선 초음파 검진으로 인하여 평생을 원치 않는 갑상선암 환자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