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명의의 전당’에 출연한 채종희 서울대병원 교수. /오!건강

“부모의 관찰이 가장 중요합니다. 잘 걷던 아기가 갑자기 걷지 못하는 등 운동 발달이 정체되는 느낌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소아 희소 질환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채종희(57)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말이다. 채 교수는 본지 의학·건강 유튜브 채널 ‘오!건강’의 의학 토크쇼 ‘명의의 전당’에 출연해 진단마저 쉽지 않은 소아 희소 질환을 묵묵히 치료해온 30년 의료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채 교수는 대표적 소아 희소 질환인 근육병을 새롭게 분류하고 유전자 검사 기술을 도입했다. 근육병 치료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게끔 체계를 구축한 인물로 꼽힌다. 채 교수가 의대를 마치고 소아과 의사로 일을 시작한 1990년대만 해도 대부분의 희소 질환은 치료가 어려웠다. 그는 일본 국립정신신경센터에 유학을 간 뒤에야 이런 희소 질환을 다룰 실마리를 찾게 됐다. 채 교수는 “당시 일본에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근육병까지 종류를 나눠 깊숙이 연구하고 있었다”며 “조직검사 하는 방법부터 배우며 희소 질환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채 교수가 언급한 대표적인 소아 희소 질환은 ‘척수성 근위축증’이 있다. 중추신경계로 감각을 전달하는 척수 내 ‘전각 세포’가 점점 퇴행하면서 운동 기능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소아 근육병 중 둘째로 많으면서 가장 높은 치명률을 갖고 있다. 채 교수는 “빠른 아이들은 생후 6개월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며 “낳자마자 힘이 없을 수도 있고, 젖을 빨거나 우는 힘이 약하거나 3개월 지나도 목을 가누지 못한다면 제1형(중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했다. 1형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으면 두 돌이 되기 전 거의 90%가 평생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사망하게 된다. 그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채 교수는 “진단할 수 있는 걸 놓치면 의사도 뼈아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