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린이의 근시(近視) 유병률은 국제적으로 높아서, 열 중 여덟 정도가 안경을 쓴다. 근시는 안경을 쓰는 불편함뿐만 아니라, 고도 근시의 경우는 녹내장, 망막박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왜 한국 어린이에게 근시가 많은 걸까.

최근 미국의사협회지 안과편에 도시화에 따른 녹지 공간 변화가 어린이의 근시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는 중국의 대표적인 신흥 도시 홍콩 접경 지역인 선전(深圳)에서 110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1~4학년 학생(6~9세) 13만8735명을 대상으로 했다. 학생들의 시력을 측정하고, 고해상도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및 학교 주변 녹지 공간 넓이, 위치, 녹지 공간 간의 배치 상황 등을 조사했다. 이를 점수화한 후, 2년간 추적 관찰하면서 근시 발생률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이 기간 26%의 학생에게서 근시가 발생했는데, 녹지 공간의 점수가 1점 올라갈수록 근시 발생률은 9.8% 감소했다. 독서하는 시간,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하는 시간, 밖에서 뛰노는 시간, 부모의 근시 여부 등 근시 발생에 미치는 다른 영향을 모두 고려해도 이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근시는 과도한 독서, 게임 등을 통해 너무 가까운 물체만을 지속적으로 보거나, 야외 활동이 부족할 때 발생하기 쉬운데, 숲으로 대표되는 녹지 공간은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고, 멀리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근시를 예방해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녹지 공간은 심폐 질환과 면역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데, 아이들의 근시를 막기 위해서라도 집 주변에 녹지 공간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